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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정인선 “‘내뒤테’, 다시 한번 찾아온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입력 : 2018-11-28 15:00:00 수정 : 2018-11-28 09: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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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20대 여배우로서 두 작품 연속 ‘엄마’를 연기한다는 것. 이미지 고착화를 걱정하는 여배우들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배우 소지섭의 상대역이라는 이유로 주위의 우려는 더욱 컸다. 그러나 배우 정인선은 이같은 부담과 우려를 당당히 이겨낸 채 ‘고애린’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차곡차곡 쌓아온 그의 연기내공이 이뤄낸 성과였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는 사라진 전설의 블랙요원과 운명처럼 첩보 전쟁에 뛰어든 앞집 여자의 첩보 콜라보를 그린 드라마. 극 중 정인선은 꿈도, 경제 활동도 포기한 채, 육아에 올인하고 있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 고애린을 연기했다. 

 

정인선은 ‘독박 육아’ ‘경단녀’로서의 삶 등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의 고민을 진솔하게 구현했고, 남편(양동근)의 죽음을 파헤치며 의외의 ‘국정원 DNA’를 뽐냈다. 특히 정인선은 ‘엄마’ 시청자들의 열렬한 공감을 얻어냈고, 동시에 코믹함과 달달함도 놓치지 않았다. 이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내뒤테’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1996년 SBS 드라마 ‘당신’으로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은 정인선은 올해로 무려 데뷔 22년 차 배우가 됐다. 그리고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시작으로 ‘내뒤테’까지 알찬 활약으로 2018년을 가득 채웠다. 누구보다 뜻깊은 한 해를 보낸 배우 정인선. ‘내뒤테’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롯, ‘천상 배우’인 그의 연기 열정까지 배우 정인선의 더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종영 소감은.

 

“‘내뒤테’라는 작품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 잘 끝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올해 두 작품 모두 큰 사랑을 받아서 기분이 좋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첫방 하기 전에 걱정이 많았는데, 칭찬도 해주시고 큰 사랑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사실 어릴적부터 배우 생활을 시작해 언제나 새로운 사람들과 만났고, 작품이 끝나고 누군가와 헤어지는 것들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래서 흔한 ‘작품앓이’도 없는 편이었는데, 연기를 다시 시작한 후엔 한 작품, 한 작품 쌓여 갈수록 여운이 점점 커지더라. 이번에도 작품이 끝나면 밀린 잠도 자고 푹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몽롱한 상태다. 지난 5개월이 꿈 같이 느껴진다.”

 

-어떤 걱정을 했었나.

 

“올 해 참여한 두 작품 모두 내 모습을 길게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나 ‘내뒤테’는 큰 작품의 큰 역할이어서 부담감이 더 컸다.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내뒤테’는 반 사전제작 작품이어서) 시청자분들의 반응을 보고 피드백을 해야하는데, 그걸 못해서 답답했다. 현장에서는 내가 걱정하고 있는 걸 아니까 다들 따뜻하게 ‘마음껏, 하고 싶은데로 하라’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감사했지만, 첫 방송을 앞둔 두 달여 동안은 정말 체한 것 같은 기분으로 촬영을 했었다. 작품 초반 내 역할은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방송 후 반응을 보니 그 과제를 수행한 것 같아 안심하고 이후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두 작품 연속 ‘엄마’ 역할을 맡았다. 부담은 없었나.

 

“캐릭터가 ‘엄마’여서 오는 부담은 없었다. 그보다 ‘6년차 엄마’의 내공이 보여져야 한다는 게 걱정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캐릭터 준비를 위해 직접 알아보러 다녔다. 아이 엄마인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동네 친구들과 만나면 아이들이 가는 키즈카페를 찾았다. 무엇보다 애린이의 감정선에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건 엄마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익명의 공간에 내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보니 자신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해주는 분들이 많더라. 디테일한 감정선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설명 한다면.

 

“예를 들면 ‘경력 단절 여성’의 경우, 평소에는 소위 말하는 ‘경단녀’들이 겪는 고충의 깊이를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 분들의 글을 보고, 주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와닿더라. (양)동근 오빠(차정일 역)와 현장에서 싸우고 부딛히다 보니 정말로 오빠에게 서운함을 느끼게 됐다.(웃음) 어떻게 보면 극 중 고애린 이전에 인간 정인선이 걱정하던 삶의 모습이기도 했다.”

 

-부담감이 정말 컸던 것 같다. 

 

“‘경단녀’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감을 느꼈다. 사실 많은 분들이 극 중 애린이의 장면도 많고, 감정선도 넓고 ‘역할이 크다’라고 말씀하시더라. 나에게 그런 큰 역할을 믿고 맡겨주셨다는 점이 감사했다. 그리고 잘 해내야겠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대본 리딩날, 내가 ‘저만 잘하면 될 것 같다’라고 말하자 서이숙 선배님께서 ‘열심히 하면 안된다.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맞는 말씀인데 정말 미치겠더라.(웃음)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가 아닌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요즘 같은 때에 고애린의 역할이 매력적으로 비춰진다면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감히 하게됐다. 애린이는 궁금한 것도 많고, 가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능력치가 좋은 캐릭터였다. 오히려 그런 점이 민폐로 비춰지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게 무서워서 애린이를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용감해보이고 싶었다. 작가님도 ‘지금 당신의 집에도 애린이 같은 영웅이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결혼 전엔 일 잘하던 여성들이 비록 지금은 누군가의 엄마, 혹은 아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아가더라도 또다시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친구들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던가. 

 

“결혼을 하기 전과 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가장 먼저 애린이가 힘들게 느껴졌던 것도 ‘결혼’ 때문이었다. 평소에도 많이 고민하던 문제다. 다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삶을 연기하면 시청자분들이 공감해주실까 많은 걱정이 들었다. 처음에는 친구들의 이야기나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보면서도 아직 나는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생각해 무서웠다. 이후에 차근차근 대본을 읽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주변에 자문을 구하고, 다시 한번 대본을 읽으면서 그 감정들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고애린 캐릭터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애린이가 초반, 중반, 후반에 따라 변화해가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리고 싶었다. 사실 그 ‘입체성’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다시 한번 ‘엄마’ 역할을 연기하는 데 두려움이 없었던 거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정말 어렵더라. 많이 흔들리고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고애린은 진용태(손호준)의 생존 사실을 모르는 것인가. 

 

“원래 대사는 애린이가 진용태의 생존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할 만한 대사였다. 반면 수정 후 방송에 나온 대사는 ‘알 수도 있겠다’ 싶은 대사다. 정인선으로서는 생존 여부를 알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애린이는 이제 거기까지 꼭 확인하려 하진 않는, 누군가의 비밀을 지켜줄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걸 보여드리고자 했다. 사실 처음엔 생존을 알고 그의 안전을 위해 죽음을 위장했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이야기 해보니 애린이까지 모르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닿았다.”

 

-호평이 정말 많았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찾아봤나.

 

“원래 나는 내가 출연한 작품을 잘 못보는 편이다. 인터넷 상의 댓글들도 그랬다. 그런데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촬영을 하며 달라졌다. 모니터링하고, 인터넷 상의 반응을 보면서 현장에서도 피드백을 하게됐다. 연기를 다시 시작하고 나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느라 급급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기 보다는 스스로 부족한 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뿐이었다. ‘와이키키’를 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다보니 나도 모르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또 나는 못할거라 생각했던 것들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더라. ‘소통’이라는 건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때마다 반응을 찾아봤다.”

 

-배우 정인선에게 ‘내뒤테’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나는 연기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연기를 다시 시작하며 ‘얇고 길게’ 배우 생활을 하자는 다짐을 가졌다. 욕심을 내려놓고 최대한 많은 작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대도 없고 실망도 없어야 오래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기와 평생 ‘동반자’처럼 나아가고 싶었었다.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을 달려왔는데, 갑자기 너무 큰 기회가 주어졌다. 기회를 잡고 보니 더 잘해내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기대하게 됐다. 원래 ‘무소유’의 삶을 살자며 스스로를 다스렸는데, 욕심을 막을 수 없었다.(웃음) 그런 나에게 (소)지섭 오빠가 해주신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됐다. 원래 자신의 신념은 타이밍에 맞게 정리하고, 변화시키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지금이 그 ‘타이밍’이고 내 방식대로 맞춰가면 된다는 조언이었다. 내 안의 욕심도 발견했고, 다시 한번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삼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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