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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의 시네마컷] ‘노력형’ 마법사들은 오늘도 조금씩 성장한다

입력 : 2018-10-29 13:11:40 수정 : 2018-10-29 1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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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할로윈 사탕처럼, 기묘하면서도 달달하다.

 

영화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일라이 로스 감독)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는 1973년 발표된 존 벨레어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행동파 마법사 조나단(잭 블랙)과 엘리트 마법사 플로렌스(케이트 블란쳇)가 조나단의 조카 루이스(오웬 바카로)와 함께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집에서 세상의 운명이 걸린 마법시계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북미 및 영국에서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엉뚱하지만, 왠지 친근하다.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는 순제작비 4200만 달러가 투입된 작품이다. 판타지 영화치고는 비교적 적은 수치. ‘해리포터’, ‘나니아 연대기’, ‘신비한 동물사전’ 등에서 봤던 압도적인 스케일의 볼거리를 상상했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마법으로 표현된 우주 등 시선을 사로잡는 장면들도 물론 포함돼 있지만,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선보이는 마법들은 대부분 거창하지 않다. 이불을 정리하거나 수압을 높이는 등 소소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는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유쾌함과는 별개로 어딘지 모르게 스산한 분위기가 계속해서 감돈다. 호러 장르에서 호평을 받았던 일라이 로스 감독의 힘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일라이 로스 감독은 처음으로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소품들이 주는 기묘함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루이스 곁에서 일종의 ‘금기’를 깨도록 유혹하는 타비의 존재감이 인상적이다. 그 옛날 ‘선악과’를 베어 물게 했던 뱀이 떠오른다.

 

사실 영화에 나오는 이들 모두는 ‘완벽’하지 않다. 오히려 정반대. 조나단은 늦은 밤 신나게 색소폰을 불어 이웃에 민폐를 끼치는 아직 철이 덜 든 어른이고, 플로렌스는 가족을 잃을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루이스 역시 마찬가지. 부모님을 잃고 갑작스레 삼촌인 조나단에게로 온 루이스는 전학 간 학교에서 고글을 쓰고 다니는 조금 독특한 외톨이일 뿐이다. 농구시합에서도 팀에 민폐만 끼친다. 마법을 쓴다는 것만 제외하면,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머물러있지 않는다. 스스로 ‘노력’하고 ‘성장’한다. ‘타고난’ 것이 아닌, ‘배워서’ 마법사가 된 이들은 전 인류의 소멸이라는 거대한 위협 앞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똘똘 뭉쳐 돌파구를 찾아 나간다. 어른이라고 잘난 척 하는 일도, 실수한 아이에게 호된 탓을 하는 일도 없다. ‘마침내 우리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귀결되는 동화처럼 단순한 서사와 전개방식을 지녔음에도 영화관을 나오면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는 아마도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담백하면서도 의미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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