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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무라 아키코 “한국 콘텐츠는 아이디어의 원천”(인터뷰 ②)

입력 : 2018-10-20 13:35:40 수정 : 2018-10-20 13: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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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인터뷰 ①에 이어) 만화가 히가시무라 아키코는 K-POP 등 한류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화제가 된 만화가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그녀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해파리공주외전 BARAKURA∼장미가 있는 삶’(2012, 2014)은 한국 드라마에 빠진 50대 일본 여성들의 한국 여행기를 그렸다. 또 일본 만화가 최초로 네이버 연재를 시작한 ‘위장불륜’은 서울로 여행 온 일본 여성이 우연히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난 한국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만화 외에도 히가시무라 아키코는 지난해 ELLE 재팬을 통해 강동원과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고, 2014년 아이돌그룹 인피니트 F의 일본 데뷔 싱글 앨범 자켓을 직접 그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을 향한 관심을 숨김없이 드러내왔다.   

 

그런 그녀가 2018년, 네오스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한국 활동에 나선다. 히가시무라 아키코를 만나 그녀의 작품,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문화에 관심 가지게 된 계기는.

 

“2011년 때쯤부터 케이팝에 빠졌다. 한국 드라마는 ‘겨울연가’만 아는 정도였는데, 어시스턴트가 브라운아이드걸스(브아걸)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다. 패션, 뷰티에 관심이 많은데 정말 세련되고 예쁘더라. 특히 가인을 보고 ‘한국에 이렇게 예쁘고 매력적인 여성들이 있구나’ 하고 굉장히 놀랐다. 당시 패션 만화를 그리고 있어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됐고 ‘대체 한국이 얼마나 변했길래?’ 궁금해 혼자 여행을 오게 됐다. 일본과 한국의 정치적 관계가 좋지 않아서 조금 걱정했는데,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줘서 좋았다. 이후부터 한국을 오가며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일본 내 케이팝 가수들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

 

“일본 도쿄의 하라주쿠에서는 케이팝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하라주쿠 내 한국 화장품 샵도 즐비하다. 예전엔 일본이 패션, 뷰티 수준이 더 우월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완전히 역전됐다. 일본 여고생들은 트와이스 메이크업을 따라 하는 등 한국에 푹 빠져 있다. 빅뱅이 군대에 갔지만 인기는 엄청나다. 방탄소년단도 마찬가지다. 케이팝은 웬만한 건 다 듣는데, 2pm을 가장 좋아한다. 마마무 화사와 브아걸 가인의 스타일도 좋아한다.”

 

-한국과 일본 문화 차이가 크지 않나.

 

“문화적인 차이를 크게 느낀다. ‘위장불륜’ 게재 후 2007년 팬미팅 포스터에 욱일기를 그려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욱일기를 해가 뜨는 느낌의 이미지로 많이 사용할 뿐, 제국주의와 연결 돼 있다는 인식이 전혀 없다. 욱일기 디자인이 깃발로 돼 있을 때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지만, 배경으로 사용했을 때 제국주의를 연상할지 몰랐다. 무지한 내 잘못이다. 일본에서는 좌익, 친한 작가로 유명하다. 일본 우익 단체에서 위협을 받기도 했는데, 한국에서 우익이라고 해 너무 쇼크를 받았다. 많이 울었다.”

 

-위협 받으면서도 한국 문화를 좋아하기 쉽지 않은데.

 

“일본에서는 좌익, 한국에서는 우익이라고 하니까 너무 힘들다. 방탄소년단을 보면 알지 않나.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하는 한국 문화다. 케이팝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일본에서 더 큰 목소리로 ‘한국 문화 좋다’고 말하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일본에서 나이 든 분들은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껄끄러워 하는 분위기지만 전 세계에서 케이팝을 인정하지 않냐. 이제 편안하게 케이팝을 좋아한다고 만하고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 드라마, 영화는 아주 독창적이고 자체적으로 새롭게 창조하는 느낌이 든다. 요즘은 할리우드에서 한국 콘텐츠를 사고 일본에서도 케이팝 아이돌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의 진가를 반증하는 거다.”

-본인 만화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공감이다. 내 일 같고 나에게도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주로 많이 다룬다. 나와 당신, 주위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작업한다. 팬들이 ‘내 얘기 같다’고 많이 말하는데, 그들 혹은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공감 해주는 팬들을 볼 때 보람을 많이 느낀다. 작업실에 가면 대문 밖에서부터 케이팝이 들린다. 어시스턴트들은 출근하면 가장 먼저 케이팝을 튼다. 작업 내내 케이팝을 듣는데, 새로 들어온 어시스턴트들도 케이팝 전문가가 될 정도다. 지금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빠져서 2번 반복해서 보고 있고, ‘도깨비’ ‘그냥 사랑하는 사이’도 재미있게 봤다. ‘개그콘서트’와 ‘무한도전’도 정말 좋아한다. 한국 콘텐츠는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원소스 멀티유즈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원소스 멀티유즈(원작의 작품을 다른 매체로 옮겨 제작하는 것)가 가능한 작품을 만드는 게 꿈이다. 내 작품들이 일본에서 큰 히트를 쳤지만, 멀티유즈가 가능한 작품은 아직까지 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부족함을 많이 느껴서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다. 한국에서 내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 알려졌으면 좋겠다.”

 

-한국 활동 계획도 알려 달라.

 

“올해 1월 네오스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이전부터 한국에서 내 작품이 번역돼 출판됐지만, 반응을 알고 싶어도 정확하게 전달이 안 되더라. 좋아하는 나라 한국에서 내 작품에 대한 반응을 알고 싶어서 웹툰을 게재하게 됐다. 결코 오해하면 안 된다. 케이팝 아티스트들을 만나러 한국에 오는 게 아니다. 유튜브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정말 순수하게 팬으로서 응원할 뿐이다. 가능하면 계속 내 만화에 멋있는 한국 남자들을 등장시키고 싶다. 지금까지는 일본에 살면서 일본에서 느끼는 감정으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한국에서 웹툰을 연재하면서 ‘한국 분들이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 동안 일본에서 작업한 만화를 번역했는데 한국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10년 가까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졌지만,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네오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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