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 위치한 티볼리 스타디온에서 치른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무딘 창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0-0으로 비겼다. 당연히 아쉬운 결과였다. 볼리비아는 사실상 2군이었기 때문에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의 경기력은 분명 아쉬웠다. 여기에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의 “트릭이었다” 발언까지 논란이 되면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후 정우영과 손흥민이 말다툼을 하는 듯 한 장면이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손흥민이 동료들과 인사하는 과정에서 정우영에게 무언가 말을 던졌고, 이에 정우영이 인상을 쓰며 화를 내는 장면이 나왔다. 이때 김영권이 정우영을 말리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정우영 역시 "경기 막판이라 너무 힘들어 그런 표정이 저절로 나온 것 같다"며 "손흥민이와 그 영상 보고 어떻게 이런 영상이 나왔는지 서로 웃고 있다"고 불화설을 일축했다. 협회 관계자와 정우영의 설명에도 불화설은 진화될 줄 모르고 퍼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표팀 내부 분위기가 최악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손흥민과 정우영의 옥신각신은 정황상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손흥민은 오래간만에 익숙한 자기 자리를 찾았다. 기회도 많았다. 경기장 일부를 자세히 촬영하는 중계방송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왼쪽 측면은 사실상 텅텅 비어있었다. 볼리비아 측면 수비수는 중앙에 위치한 황희찬이 좌우로 빠져 들어가는 플레이를 막기 위해 중앙으로 쏠렸다.
정우영의 잘못은 아니다. 정우영 역시 전개 플레이를 잘하는 선수지만, 이날 체력적으로 지친 탓인지 경기장을 넓게 보지 못했다. 손흥민은 공간이 비어있다고 구두로 전달하는 모습이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이를 파악한 기성용이 오른쪽으로 전개하면서 손흥민의 공격 기회도 발생했다. 후반 23분 손흥민의 중거리 슈팅 장면 역시 중원에서 기성용의 짧은 역습 패스가 전달되면서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가 가능했다.
손흥민과 정우영의 옥신각신은 경기 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개선점을 찾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것은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물론 방법은 틀렸다. 서로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낀 탓에 예민한 상황이다. 평소라면 평범하게 넘길 수 있는 일이었지만, 서로 예민한 탓에 언성이 높아졌다. 손흥민이 후배이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넘겼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이다.
손흥민과 정우영은 평소에도 장난을 많이 칠 정도로 친하다. 대표팀 훈련간 장난을 치는 모습이 수차례 잡히기도 했다. 손흥민이 지난달 온두라스전에서 득점포를 터트린 뒤 가장 먼저 달려가 함께 기뻐해준 것도 정우영이었다. 밖에서 바라보는 선수들의 모습과 실제 안에서 선수들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이렇게 옥신각신하다가도 금세라도 웃고 떠든다. 이날이 그랬다. 경기 후 서로를 돌아보면 두 선수는 그렇게 웃었다.
한국 농구계 전설인 서장훈은 선수 시절 짜증을 많이내기로 유명했다.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서장훈은 이를 두고 “선수들은 밖에서 바라보는 것과 달리 사이가 좋다. 경기 도중에 옥신각신하다가도 경기가 끝나면 서로 웃고 장난도 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의 손흥민 정우영의 케이스도 마찬가지다. 한두번 만난 사이도 아니고, 앞으로 함께 공을 차지 않을 사람도 아니다. 심지어 조기 축구회에서도 서로 죽일 듯이 싸우다 경기 후 막걸리 한 잔에 허허 웃고 만다.
이번 정우영과 손흥민의 불화설은 대표팀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이 만들어 낸 긁어 부스럼이 아닐까.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대한축구협회, MBC 중계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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