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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의 판타지… ‘철의 도시’ 보면 볼수록 눈호강

입력 : 2018-05-23 03:00:00 수정 : 2018-05-22 17: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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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포항으로 떠나는 여행
개성 넘치는 ‘내연산 12폭포’
바다 품은 ‘해안 트레일 코스’
‘해오름 전망대’ 등 시선 홀릭
[포항=글·사진 전경우 기자] 경상북도 포항에는 제철소와 해병대, 프로축구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호쾌한 바다 풍광과 수려한 산세를 함께 즐길 수 있으며, 먹을거리도 풍성한 곳이 바로 포항이다. 

소금강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연산폭포
▲포항의 산-내연산 12폭포의 아름다움

포항의 서북쪽은 험준한 산악지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산이 깊다는 청송과 이어진다. 포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은 12폭포와 천년고찰 보경사를 품은 내연산이다.

조선 후기 청하현(현재 청하면)에 속해 있던 내연산은 한국화의 성지로 이름 높다. 1733년부터 3년간 청하 현감을 지냈던 겸재 정선은 내연산의 풍광에 반해 자주 붓을 들었고, 이곳에서 그린 4점의 작품을 통해 진경산수화라는 새로운 화풍을 완성했다.

내연산 등산로는 주봉인 향로봉(930m)까지 오르는 총 5개의 코스가 있지만, 대부분의 탐방객은 보경사와 연산폭포 등 7개 폭포를 거쳐 선일대 전망대까지 오르는 길만 왕복한다. 2시간 남짓 걸리는 이 코스는 사실상 내연산의 하이라이트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천년고찰 보경사를 지나 계속 올라가면 왼편으로 맑은 계곡이 흐르고 작은 폭포 비슷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여기 내려가 사진을 찍는데 이는 ‘12 폭포’가 아니다. 천년 고찰 보경사를 지나서 약 20분은 더 올라가야 비로소 첫 폭포인 상생폭포가 나온다. 상생폭포 이후는 눈이 심심할 틈이 없다. 보현폭포·삼보폭포·잠룡폭포·무풍폭포·관음폭포·연산폭포는 거의 바로 연결돼 있다. 이들 중 ‘베스트 3’는 연산·관음·잠룡폭포다. 거대한 암벽과 신비로운 동굴, 넓고 깊은 소가 있는 관음폭포 주변 풍광은 이 셋 중 으뜸이다. 겸재 정선은 3개의 폭포가 한눈에 들어오는 ‘연산삼용추’라는 작품을 후세에 남겼고, 바위에는 ‘갑인추정선’이라는 글을 새겼다. 당시 양반들은 내연산 폭포 주변으로 기생을 불러 풍류를 즐겼는데, 석공을 동반해 이름이나 시 구절 등을 바위에 남기는 ‘각자’가 당시의 유행이었다. 지금 보이는 300여개 흔적은 딱 하나 빼고 모두 남자 이름이다. 관음폭포를 마주 보는 바위 뒤편에 새겨진 경주 기생 ‘달이’가 유일한 여자 이름인데, 자세한 사연은 알 길이 없다. 

관음폭포
관음폭포에서 계단을 올라 구름다리를 건너면 가장 낙차가 큰 연산폭포가 굉음을 토하며 쏟아져 내린다. 은폭포, 복호1폭포, 복호2폭포, 실폭포, 시명폭포 등이 아직 남아 있지만 여기서부터는 길이 험하고 소요시간도 길어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상생폭포와 은폭포의 원래 이름은 ‘쌍폭포’와 ‘음폭포’였지만, 정치적인 트랜드에 맞춰 ‘상생폭포’가 됐고, 여성의 음부를 뜻해 민망하다 해서 ‘은폭포’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높은 곳에 올라가 탁 트인 풍광을 보고 싶다면 코스 중간에 있는 커피 자판기(작동이 된다.)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보경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가파른 데크길을 계속 따라가면 올해 1월 새로 선보인 소금강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는 툭 튀어나온 돌출형으로 관음폭포와 연산폭포의 비경을 항공사진에서나 보던 수직 앵글로 감상할 수 있다. 건너편 깎아지른 절벽에 그림같이 솟아 있는 정자가 선일암이다. 나무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으며, 내연산 계곡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전국구’ 명성을 자랑하는 내연산은 봄·가을철 주말이면 전국에서 수 많은 등산객이 몰려 발을 디딜 틈이 없지만, 초여름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연산폭포 부근에서 천령산 우척봉과 삿갓봉을 거쳐 경상북도수목원으로 내려오는 한나절 코스에 도전해도 좋다. 내연산 주차장 바로 옆에는 있는 온천이 있는데, 효능이 탁월해 포항 사람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포항 시내에서 하루 12회 보경사행 시내버스가 다닌다. 차를 몰고 7번 국도를 통해 영덕·울진 방향에서 포항으로 향한다면 내연산을 먼저 둘러보는 것이 편하다. 

해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동해는 이국적인 느낌으로 가득하다.
▲포항의 바다-‘명품’ 해안 트레일 코스와 운하, 몽환적 야경까지

동해안 그 어느 지역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포항의 바다를 구경하려면 해안 트레일 코스를 걷는 것이 정코스다. 흥해읍 칠포해수욕장과 오도1리 간이해수욕장을 연결하는 길은 동해안 특유의 호쾌한 바다풍광을 마주할 수 있다. 바다를 바라보는 최고의 포인트는 해오름 전망대다. 바로 앞에는 부유물이 없는 투명한 에메럴드빛 바다가 보이고, 시선을 멀리 옮기면 짙푸른 망망대해가 끝없이 펼쳐진다. ‘해오름’은 포항, 울산, 경주 3개 도시가 함께하는 동맹의 이름이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해병대 상륙훈련장인 청림해변에서 호미곶광장까지 이어지는 약 25㎞의 해안 트레일 코스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시작되는 약 800m가량의 데크길은 경사가 없어 휠체어도 진입할 수 있다. 이 데크길은 강릉 해파랑길 등 군용 순찰로를 단장한 여러 트레일 코스와 비교해 바다가 가장 가깝게 보인다. 종점인 호미곶광장에는 국립등대박물관이 있다. 여기서 더 내려가면 구룡포읍이다. 구룡포항 주변으로는 대게와 과메기를 파는 식당이 밀집돼 있고, 어려운 시절 생선에 국수를 넣고 죽처럼 끓여 먹던 ‘모리국수’를 하는 식당도 여럿 보인다. 항구 뒤편 언덕 꼭대기에 있는 구룡포 과메기문화관도 둘러볼 만하다.

포항 바다의 속살을 가깝게 들여다보고 싶다면 포항운하 일대를 둘러보는 ‘포항크루즈’를 타야 한다. 포항운하관~구불부굴산책로~죽도시장~포항함(동빈교)~포항여객선터미널~송도해수욕장~포스코를 연결하는 코스다. 

포항운하
포항운하는 송도, 죽도, 해도 등 5개의 섬 사이로 흐르던 형산강과 영일만이 만나는 수로다. 이 운하는 포항제철소가 들어선 이후인 1974년 매립돼 한동안 잊혀진 존재였지만 지난 2013년 물길이 다시 열리며 명소로 거듭났다. 운하를 따라가면 보이는 죽도시장은 점포 수가 1200여개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시장 내부와 주변으로 200여개의 횟집이 몰려 있는데, 포항사람들은 참가자미회를 최고로 쳐준다.

포항의 화려한 밤바다를 보려면 영일대 해수욕장(옛 북부해수욕장)에 가야 한다. 백사장길이만 1750m에 달하며 포항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해변이다. 백사장에서 바라보는 포스코 제철소의 야경은 몽환적이다. 해수욕장 주변에서 7월 25일부터 5일 동안은 포항국제불빛축제가 예정돼 있다.

▲포항으로 가는 길-가깝고 편해졌다

예전에 포항은 멀어서 가기 어려운 곳이었지만, KTX가 다니기 시작하며 사정이 훨씬 나아졌다. 울산-포항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에는 울진·영덕에서 포항을 거쳐 경주와 울산·부산까지 이어지는 복합적인 코스 구성도 편해졌다. 최근에는 에어포항이 김포-포항 노선에 취항해 하늘길도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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