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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포커스] 맞고 사는 이 남자, ‘홈런왕’ 최정에게 ‘사구’는 숙명이다

입력 : 2018-05-17 06:00:00 수정 : 2018-05-17 07: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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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세영 기자]  ‘마그넷(magnet·자석) 정.’

SK 홈런타자 최정(31)의 별명이다. 마치 자석처럼 공을 몸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미다. 지난 15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최정은 ‘악’ 소리를 냈다. 3회 1사 3루의 두 번째 타석. 볼카운트 2B1S에서 상대 선발 후랭코프가 던진 4구째 공에 맞았다. 보호구를 착용한 왼 팔꿈치다. 다행히 큰 부상을 피했지만 최정은 한동안 고통을 호소한 뒤에야 1루를 밟았다.

개인 210번째 몸에맞는볼이다. KBO리그의 역사다. 지난해 7월13일 인천 LG전에서 사상 첫 200사구를 기록했고, 이후 10개를 늘렸다. 올해만 벌써 7개의 사구를 맞았다. 역대 2위인 박석민(NC·176개)을 훨씬 웃돈다.

200사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귀한 기록이다. 14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사구 200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단 8명. 통산 1위는 1890년대 선수 생활을 한 휴이 제닝스(287개)다. 8명 중 3명이 초창기인 1800년대에 선수 생활을 한 선수들. 현역 중에서 사구 200개를 기록한 선수는 LA다저스의 체이스 어틀리가 유일하다. 15일 현재 딱 200개를 채웠다.

최정은 왜 사구가 많을까. 정작 본인은 “진짜 내가 왜 맞는지를 모르겠다고”고 하소연한다. 정경배 SK 타격 코치는 “몸쪽 공이 약해 상대 투수가 그 부분을 집중 공략하다 보니 몸에맞는공이 많다”며 “더욱이 공을 피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사구를 의식하면 타격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공에 맞더라도 최대한 타석에서 버텨낸다”고 혀를 내둘렀다.

역대 사구 3위(166개)인 박경완 배터리 코치는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임하다 보니 몸에맞는공이 많다. 타석에서 적극성은 최정이 역대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안치용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본인에 물어보니 공을 타격할 때 왼발이 홈플레이트 쪽으로 들어가야 공을 띄우는 이상적인 각도가 나온다고 하더라”며 “결국 홈런을 많이 치기 위한 특유의 타격폼을 갖고 있어 많은 사구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홈런타자 최정에게 사구는 필연에 가깝다. 일종의 ‘홈런 훈장’인 셈이다. 최근 2년간 홈런왕에 오른 최정은 올해도 홈런 부문에서 독주 채비를 갖췄다. 이날 사구에 맞기 전 1회 첫 타석부터 시원한 선제 솔로포를 가동했다. 올 시즌 18번째 대포. 2위인 팀 동료 제이미 로맥보다 5개가 많다. 이 페이스면 올해도 홈런왕이 유력하다.

최정의 사구에는 특징이 있다. 한 번도 흥분해 마운드로 달려든 적이 없다. 아프다. 시속 140㎞ 이상의 투구에 맞으면 순간적으로 약 80톤의 압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선수생명을 단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정은 고통을 호소할 뿐 묵묵히 1루로 걸어간다.

최정은 “습관이 쌓여서 그렇다”며 애써 웃는다. 정경배 코치는 “맞는 요령이 있다. 대게 엉덩이가 등 쪽에 주로 맞는다. 많이 맞지만 부상이 없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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