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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현의 톡톡톡] “여자도 할 수 있다”…영화 ‘당갈’ 그리고 아버지

입력 : 2018-05-09 09:55:02 수정 : 2018-05-09 12: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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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하는 일과 남자가 하는 일은 다르고, 그것은 정해져 있는 것일까요? 물론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신체적인 차이로 아직까지 출산은 여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 말고는 글쎄…. 딱히 성이 다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여자이기 때문에’ 존재했던 차별과 제약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런 통념이 깨지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 되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회사에 여성 임원도 나오고, 여성 장관도 여러 명 나오고 의대나 로스쿨의 성비가 1:1에 육박한다는데요. 불과 30년 전만 해도 여학생은 과학 고등학교 입학 자체가 불가능했었으니까요. 세상 많이 좋아진 거죠. (아, 그래도 여자 연예인 일자리는… 좀 더 세상이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흐흐흐)

‘당갈’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상영관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입소문이 나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인도 영화입니다. 아들을 낳아서 레슬링 금메달리스트를 만들고 싶어 하는 아버지, 그러나 실상은 딸만 넷을 두게 됩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또래 남자 애들을 묵사발로 만들어버리는 딸들에게서 재능을 발견하고는 이들을 훌륭한 레슬링 선수로 만들어냅니다. 그 당시 ‘여자는 때가 되면 결혼해서 아이나 낳는 것이지’라는 생각을 깨고 말입니다. 실화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라는데 161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못 느낄 정도로 함께 웃고 울었습니다.

사실 전 좀 더 감정이 가더군요. 왜냐하면 저희 집도 아들을 바라는 심정으로 5자매가 완성된 집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은 저희가 아들 몫을 하길 바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려서부터 ‘여자라서 안 된다’라는 말씀보다 ‘여자도 할 수 있다’, ‘여자가 잘하면 더 멋있지’ 라고 긍정적인 말씀을 자주 해주셨거든요. 어른이 되고 나니 여자이기보다 사람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 뜻을 잘 몰랐습니다. 자기가 좀 컸다고 생각하는 시기부터는 어찌나 아빠와 부딪히고 많이 싸웠었는지. 이제는 머리가 하얗게 돼 버린 아빠의 얼굴과 영화 당갈 속 아버지가 겹쳐져 많이 울었습니다.

오래전 사진을 보면 아빠 옆에서 그렇게 예쁜 짓을 많이 하던 어린 딸이, 언제부터 아빠에게 ‘사랑해요’라는 말 한마디도 어려운 어른 딸이 돼 버린 건지. 어버이날이 들어있는 이번 5월에는 꼭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아빠 고맙습니다, 사랑해요”라고.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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