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갈’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상영관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입소문이 나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인도 영화입니다. 아들을 낳아서 레슬링 금메달리스트를 만들고 싶어 하는 아버지, 그러나 실상은 딸만 넷을 두게 됩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또래 남자 애들을 묵사발로 만들어버리는 딸들에게서 재능을 발견하고는 이들을 훌륭한 레슬링 선수로 만들어냅니다. 그 당시 ‘여자는 때가 되면 결혼해서 아이나 낳는 것이지’라는 생각을 깨고 말입니다. 실화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라는데 161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못 느낄 정도로 함께 웃고 울었습니다.
사실 전 좀 더 감정이 가더군요. 왜냐하면 저희 집도 아들을 바라는 심정으로 5자매가 완성된 집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은 저희가 아들 몫을 하길 바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려서부터 ‘여자라서 안 된다’라는 말씀보다 ‘여자도 할 수 있다’, ‘여자가 잘하면 더 멋있지’ 라고 긍정적인 말씀을 자주 해주셨거든요. 어른이 되고 나니 여자이기보다 사람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 뜻을 잘 몰랐습니다. 자기가 좀 컸다고 생각하는 시기부터는 어찌나 아빠와 부딪히고 많이 싸웠었는지. 이제는 머리가 하얗게 돼 버린 아빠의 얼굴과 영화 당갈 속 아버지가 겹쳐져 많이 울었습니다.
오래전 사진을 보면 아빠 옆에서 그렇게 예쁜 짓을 많이 하던 어린 딸이, 언제부터 아빠에게 ‘사랑해요’라는 말 한마디도 어려운 어른 딸이 돼 버린 건지. 어버이날이 들어있는 이번 5월에는 꼭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아빠 고맙습니다, 사랑해요”라고.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