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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시선] '미투', 이대로 괜찮은가

입력 : 2018-03-31 13:23:01 수정 : 2018-03-31 13: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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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미투 운동’이 문화계를 비롯해 대한민국 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수십 년간 추악한 짓을 일삼은 이들의 정체가 낱낱이 공개되고, 같은 아픔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분명 좋은 현상이다. 또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이들이 더는 피해받지 않도록 대안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달이 훌쩍 지난 현시점의 ‘미투’는 그 본질이 훼손되고,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누군가의 앞길을 위한 일방적인 폭로, 미투를 두고 아무 의미 없는 설전이 오고 가는 등 삼천포로 빠져도 한참 빠졌다. 게다가 어렵게 용기를 내 ‘미투’를 폭로한 피해자들은 어이없게도 ‘꽃뱀’으로 치부되고 있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또다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먼저 김흥국은 최근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A씨는 미투 가해자로 김흥국을 지목했고, 몇 달째 법적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A씨는 한 방송에 녹취록까지 공개하면서 김흥국을 대놓고 저격했다. ‘미투’라는 프레임에 갇힌 김흥국은 한순간에 파렴치한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흥국 측의 반박이 시작됐고, 그의 지인들이 A씨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심지어 김흥국은 명예훼손 및 무고죄로 맞고소를 진행 중이다. 경찰 측도 김흥국 사건을 단순 성범죄로 판단, ‘미투’ 선상에서 일찌감치 제외했다. 잘못된 ‘미투’이자, ‘미투’를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곽도원과 그의 소속사 대표는 이윤택 고소인단 대변인과 때아닌 설전을 벌였다. 이윤택 고소인단 중 네 명이 곽도원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후 곽도원 소속사 대표 임사라는 ‘촉’ 발언으로 대중에게 뭇매를 맞았고, 더 나아가 곽도원의 ‘1억 내기’, 박훈 변호사의 ‘10억 내기’ 등 발언이 오고가면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핵심은 곽도원의 미투 여부, 이윤택 고소인단이 정말 금품을 요구했냐는 것인데, 그런 내용은 쏙 빠진 채 설전만 이어졌다. 그것도 다 큰 어른이, 심지어 변호사와 대표라는 직함을 가진 자가 SNS에서 말장난을 치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은 깊은 환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할 말이 있다면 직접 전화하면 될 것을, 굳이 SNS에 올린 이유는 무엇인지 몹시 궁금한 상황. ‘미투’는 실종되고, 그들의 ‘설전’이 주인공이 된 케이스다.

뿐만 아니다. 어렵게 ‘미투’를 폭로한 피해자들을 꽃뱀으로 치부해 다시 한번 상처를 안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미투’ 폭로 과정에서 일부 몰지각한 대중은 각종 기사 댓글이나 SNS를 통해 “왜 반항하지 않았나” “즐긴 것 아니냐” 등 개념 없는 발언을 내뱉기도. 본인 혹은 본인의 자녀가 ‘미투’ 피해자라면 과연 저런 말을 할 수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미투’의 본질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또한 ‘미투’ 피해자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그들은 명백한 피해자다. 위로받고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미투’ 피해자를 편견을 갖고 바라본다. 그것이야말로 제2, 제3의 미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책임감 있는 ‘미투’, 편견 없이 바라보는 ‘미투’가 절실한 순간이다.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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