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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2-22 17:23:08, 수정 2018-02-22 17:26:49

[현장 뒷이야기]‘묵묵히’ 밥데용·박승희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 [스포츠월드=강릉 권영준 기자]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 줘서.’

    다행이다. 거친 바람 속에서,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도록 묵묵히 팀을 지켜주는 이가 있다. 바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밥데용(42·네덜란드) 코치와 여자 1000m 대표선수 박승희(26·스포츠토토)가 주인공이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폭풍 속을 걷고 있다. 여자 팀 추월에 나선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는 조직력에서 치명적인 단점을 드러냈고, 인터뷰 과정에서 논란을 낳았다. 일파만파 커진 논란은 진실 공방전으로 치닫고 있고, 빙상계 파벌 싸움이라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외신들은 ‘왕따 스캔들’이라고 보도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실 이 정도 논란이 일어나면 대표팀 내부 분위기는 사실상 바닥이다.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총감독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대한빙상연맹 고위 관계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메달이 나오면 정리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수장들이 모두 손 놓고 있는 사이, 직접 피해를 받는 것은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이상화가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차민규(동두천시청)와 김민석(평촌고)이 각각 남자 500m와 1500m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지난 21일 이승훈(대한항공)이 이끄는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은메달을 획득하는 기염을 통했다.

    이 성과로 현재 논란을 수습하지 못하고 뒷짐 지고 있는 빙상연맹의 부실한 행정 능력을 덮어서는 안 된다. 빙상연맹의 잘못과 현재 논란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다만 이것과 별개로 대표팀 내부에서 묵묵히 팀을 지켜주는 밥데용 코치와 박승희의 노력은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밥데용 코치는 지도자로서 흔들리는 선수를 잘 잡아주고 있다. 지난 19일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 사태 직후 노선영을 아무도 챙기지 않는 코치진은 ‘연맹 윗선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밥데용은 홀로 선수단을 챙기며 팀을 추스르고 있다.

    어느 특정 선수만 챙기는 것은 아니다. 밥데용 코치의 주요 업무는 장거리 선수를 지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모든 선수를 두루 챙기며 심리적 안정감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 21일 추월 경기가 끝난 후 믹스트 존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선수를 챙기기 위해 직접 음료를 들고 나타나 선수에게 전달했다. 16세로 빙속 최연소 메달 획득 기록을 세운 팀추월의 정재원은 “밥”이라고 편하게 부르며 밥데용 코치와 음료를 주고받고 소통했다.

    사실 알려진 대로 밥데용 코치는 2010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이승훈과 대결을 펼쳤고, 결과는 이승훈이 1위, 밥데용 코치가 3위였다. 레전드였던 밥데용 코치는 당시 시상식에서 키가 작은 이승훈을 배려해 은메달리스트 이반 스콥레프(러시아)와 함께 어깨 위에 태워 시선을 끌기도 했다. 그만큼 배려가 깊은 선수였고, 지도자이다.

    박승희도 마찬가지. 팀추월 7~8위전이 있던 날, 예비 선수인 박승희는 3명의 선수와 함께 스케이트를 탔고, 선수 대기 장소에서 일일이 경기에 나서는 선수를 챙겼다. 자신의 경기가 모두 끝났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스케이트를 탔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함께 훈련에 나선 박승희는 선두에 나서 속도를 올려주기도 했고, 마지막 순서에서 선수들의 위치 변화를 지켜보기도 했다. 경기를 앞두고 분위기를 띄웠고, 노선영에게 완장을 채워주는 모습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밥데용과 박승희의 존재감. 이들은 노래 가사처럼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대들 있음에 고맙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연합뉴스, SBS 평창올림픽 특집 다큐멘터리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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