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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가장 보통의 시간, 단일팀 하나로 만든 진짜 비결

입력 : 2018-02-22 05:30:00 수정 : 2018-02-21 17: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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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강릉 이지은 기자] “보시다시피 저희 얼굴이 졸려 보이죠?”

21일 강릉 올림픽 파크 코리아 하우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자회견은 예정된 시간보다 약 10분 늦게 시작됐다. 전날 스웨덴과의 7~8위 순위 결정전(1-6 패)을 마지막으로 공식 경기 일정은 모두 끝난 상태. 오랜만에 늦잠을 잔 대표팀은 다 같이 모여 점심 외식을 했고, 세라 머레이 감독을 비롯한 대표 선수 4명은 바로 이동해왔다.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라고 웃던 머레이 감독은 “모처럼 휴식일이 생겨 함께 식사했다. 그동안 얻은 다양한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단일팀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삐걱댔다. 정치인들의 논리로 만들어진 합의가 출발점이었기 때문. 올림픽만을 바라보며 4년 동안 훈련에 매진해온 한국 대표팀에게는 12명의 북한 선수를 거부할 권한이 없었다. 단 한 번 만나본 적 없는 남북한 선수들에게는 열흘이 주어졌다. 호흡만 맞추기에도 턱없이 짧은 기간이었다.

그렇다면 단일팀은 어떻게 한팀이 될 수 있었을까. 이들을 이어준 건 ‘가장 보통의 시간’이었다. 그동안의 여정을 돌이키던 '골리' 신소정은 "진천 선수촌에서 처음 만나 함께 밥을 먹었던 날이 있었다. 여느 여학생들처럼 남자친구는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 등을 이야기하면서 친해졌다"라며 당시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같은 질문을 받은 랜디 희수 그리핀도 의외로 소소한 일화를 전했다. "이틀 전에 맥도날드에 줄을 서 있는데 북한 선수들도 거기 있더라. 맥플러리(아이스크림)를 아침으로 먹고 있는 게 웃겼다. 그래서 나도 아침으로 같이 맥플러리를 먹었다"라며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지내고 있는 것 같다”는 ‘주장’ 박종아의 말은 단일팀의 진짜 힘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태어난 뒤 입양돼 평생을 미국에서 살아온 박윤정은 “처음에는 단일팀에 대해서 혼란스러웠지만, 북한 선수들과 직접 이야기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스하키 이상의 무언가를 느낄 수 있던 좋은 경험이었다. 단일팀의 작은 발걸음이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박철호 북한 감독이 아니었다면 단일팀도 없었다”라던 머레이 감독은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어하는 북한 선수들을 위해 남은 나흘 동안 계속해서 비디오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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