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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손에 손잡고 #달팽이처럼… 막내린 단일팀의 위대한 여정

입력 : 2018-02-20 16:07:31 수정 : 2018-02-20 17: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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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강릉 권영준 기자] 종료 버저가 울렸고, 그렇게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모든 여정이 끝났다. 모두가 어깨를 감싸 안았고, 빙상장에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2곡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손에 손잡고(코리아나)’와 ‘달팽이(패닉)’이었다. 위대한 발걸음을 내디딘 단일팀에 어울리는 곡이었다.

세라 머리(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단일팀은 2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치른 스웨덴과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7∼8위전에서 1-6(1-2 0-1 0-3)으로 패했다. B조 조별리그 3경기에 이어 5∼8위 순위 결정전 2경기에서도 모두 패한 단일팀은 5전 전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맏언니’ 한수진이 이번 대회 단일팀의 2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작은 희망의 불씨를 남겼다.

이번 올림픽을 2주 앞두고 막바지 훈련에 나선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남북단일팀 구성이었다. 반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국제대회 개막 2주를 앞두고 엔트리에 변화를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평화 올림픽의 상징성을 더하기 위해 단일팀 구성을 강하게 추진했고, 결국 성사됐다.

급작스럽게 단일팀이 구성된 탓에 남측과 북측의 선수들은 서먹할 수밖에 없었고, 귀환 선수들도 혼란에 빠졌다. 머리가 복잡해진 머리 감독은 빠르게 팀을 추스르며 팀 안정화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다했다. 선수단도 훈련을 시작하면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말이 통하는 이들은 빠르게 하나로 뭉쳤다.


대패 속에서 서로 손을 맞잡았고, “해보자”는 파이팅 넘치는 목소리로 의기투합했다. 경기장에선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고, 선수도 관중도 모두가 이념과 사상에서 벗어나 한마음으로 빙판 위를 달렸다. 5전 전패했지만, 그 시간 만큼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었다.

머리 감독은 “스포츠가 우리를 하나로 묶었다.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끌어안았다. 스포츠가 남북 경계를 무너트렸다. 정말 엄청난 일을 경험했다”고 자평했다. 이날 단일팀 사상 첫 골을 터트린 희수 그리핀도 “우리는 서로 존중하고 받아드리며 성숙한 태도로 임했다”며 “단일팀이 자랑스러운 이유”라고 활짝 웃었다.

이번 단일팀은 경기 후 빙상장에 울려 퍼진 노래처럼 손에 손을 맞잡았고,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이들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위대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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