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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장혁 "돈꽃, 내 감정을 잘 던진 작품"

입력 : 2018-02-19 17:06:45 수정 : 2018-02-19 17: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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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장혁만이 소화할 수 있는 강필주 그리고 장은천이었다. ‘돈꽃’으로 다시 한 번 인생작을 경신한 배우 장혁을 만났다.

MBC 주말극 ‘돈꽃’은 ‘주말극스럽지 않은 주말극’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토요일 2회 연속 방영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편성에 초반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폭풍 전개와 반전, 배우들의 열연으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연일 경신하며 무려 23.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화려한 종영을 맞았다.

극 중 장혁은 ‘돈꽃’에서 숨겨진 청아그룹 장손이자, 정체를 숨긴 채 정말란(이미숙)에게 복수하기 위한 인생을 살아온 강필주 역을 맡았다. 그는 절제된 말투와 행동,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매회 반전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최근 진행된 ‘돈꽃’ 종영 인터뷰에서 장혁은 데뷔 22년 차 배우로서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선배들이 더 대단하다며 존경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연습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는 진심어린 눈빛에서 앞으로 그가 보여줄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해졌다.

-종영소감은.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이런 작품을 다시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더 아쉽다. ‘돈꽃’은 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사건에 끌려가는 캐릭터가 아니라 사건을 끌고가는 게 배우들이었다. 또 모순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다보니 서로 마찰되면서 더 풍부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강필주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캐릭터의 모순이 끌렸다. 사실 복수는 3회만에 가능했다. 극중 강필주는 기업 변호사로서 비리도 다 알고 있고, 폭로하면 바로 복수가 가능했다. 하지만 증오만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 사랑도, 우정도 있기에 달랐다. 피의자의 가족(장부천)에게는 내가 가해자였다. 친구로만은 갈 수 없었다. 그를 좋아하고 그에게 미안해지면 반대로 죽은 내 동생과 엄마한테 미안하니까. 또 이용만 하려던 여자는 첫사랑이었다. 이런 모순점들이 있었다. 극 중 강필주는 고고하고 젠틀한, 냉정한 캐릭터다. 하지만 대조적인 상황에서 오는 감정의 모순 지점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특히 끌렸다.”

-촬영 에피소드를 소개해달라.

“김희원 감독님의 입봉작이라는 자체가 하나의 에피소드였다. B팀을 맡기로 하셨다가 여러 상황으로 인해 메인 감독님이 되셨다. 나도 세 번이나 고사한 작품이었다. 뭔가 상황이 안맞았지만 결국 나에게 오더라. 앞서 여자 감독님이 있다면 플러스 알파되는 느낌이 더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위기의 주부들’같은 감성을 넣으면 어떨까. 복수에 치정을 더하는, 애증이 있어서 복수 이면의 갈등도 생기는 그런 부분들은 여성 연출자가 더 잘 표현해주실 것 같다고 생각했다.”

-토요일 2회 연속 방영이라는 꽤 파격적인 편성이었다.

“초반에 감독님과 했던 얘기가 ‘즐겁게 망하자’였다. 다들 막장, 막장 하는데 대본 자체에 힘이 있었다.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왜 주말이냐’ 이야기를 하셨다. 마지막으로 주말극을 해본게 2000년 초여서 그당시에는 주말극과 미니의 차이가 없었다. 다만 요즘은 제작비와 시청률의 차이가 있더라. 4부까지 찍었는데, 토요일 2시간 연속 방영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정말 망하려고 하나 생각도 했다. 정말 ‘미니’스럽게 찍었다. 주말극을 누가 이렇게 찍냐고. 그때 또 한 번 이야기했다. 어차피 망할 드라마인데, 중요한 건 즐기는 거 아니냐고. 즐긴다고 생각했고, 즐겼기 때문에 서로 앙상블이 맞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장국환 회장(이순재)이 ‘이 놈이 나를 닮았네’라는 생각을 하는 장면이 가장 슬펐다. 나는 이 사람을 미워하는데 손자라고 인정해주니 울고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모순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와 계획, 이성과 상관없이 감정은 다르게 생기는 것 같다. 또 사람이 세월을 지나다 보면 이성이 배제된 모순된 것들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극 중 느릿느릿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말투가 인상 깊었다.

“영화 ‘보통사람’에서 안기부 실장 역을 맡았었다. 무서울 수밖에 없는 역할이었고, 대부분 그런 역할은 억압적이고 소리를 크게지르고,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작품을 하면서 굳이 왜 소리를 질러야 하나 싶었다. 어차피 내 말을 들을텐데. 오히려 웃으며, 천천히 더 예의바르게 하면 그 속을 모르니 더 무서울 거라 생각했다. 고고한 백조이면서도 물 아래서 물갈퀴를 휘젓는 느낌이랄까.”

-이미숙, 이순재와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20년을 배우로 살아오는게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분들을 40년, 60년을 해오신 분들이다. 내가 앞으로 40년의 공백을 채워야 이순재 선생님의 경력이 된다. 그분들이 나와 앙상블을 맞춰 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작품을 해석하는 눈이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모든 배우들이 뒤쳐지지 않으려 서로 더 노력하며 작품을 만들어나갔다.”

-‘돈꽃’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드라마의 제목이 ‘돈꽃’이었지만 돈보다는 관계를 다뤘다. 욕망을 가지는 관계 안에서의 이야기. 그래서 살아가면서 어떤 관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친한 친구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지, 어쩌면 친구이기 때문에 더 배려해줘야 하는 건 아닌지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사람은 모순된 부분이 있고, 남에게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배우 장혁에게 ‘돈꽃’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그리울 것 같은 작품이다. 앙상블이 정말 편안했다. ‘추노’나 ‘불한당’ ‘뷰티풀마인드’ 때도 그랬고, 그렇게 느낀 작품들이 많다. 결과적으로 차이는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돈꽃’은 내 감정을 잘 던지고 담아낸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싸이더스HQ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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