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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좋아한다" 랍신, -16℃가 반가운 평창의 사나이

입력 : 2018-02-13 06:00:00 수정 : 2018-02-12 09: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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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강릉 이지은 기자] “원래 춥고 바람 부는 날을 좋아합니다.“

지난 12일 2018 평창올림픽 남자 10km 스프린트 경기가 치러지던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 대낮부터 칼바람에 눈까지 내렸던 동장군 기세는 해가 지자 어둠이 깔리자 더 기승을 부렸다. 당시 평창의 온도는 영하 16도, 체감온도는 무려 영하 23도까지 내려갔다.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임시 실내 부스에서마저도 손발이 꽁꽁 어는 기온이었다. 관람객들은 롱패딩에 누빔 바지, 스키 장갑, 털모자 등 각종 방한 장비로 무장한 채 야외 관객석을 지켰다.

하지만 이 시간 바이애슬론 한국 대표팀의 희망 티모페이 랍신(30·조인커뮤니케이션)은 얇은 스키복 하나만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그 위에 걸친 것이라고는 자신의 순번을 나타내기 위해 입은 평창올림픽 조끼뿐. 온몸으로 평창의 혹한을 맞으며 시작한 레이스는 24분22초6 동안 이어졌다. 경기가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멋스럽게 기른 랍신의 콧수염, 턱수염에는 더 많은 고드름이 생겼다. 땀, 콧물, 침이 모두 얼어버렸기 때문이다.

랍신이라고 추위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설상 경기는 끝난 직후 야외에 마련된 믹스트존에서는 선수 인터뷰가 진행되는 게 관례이지만, 랍신은 '너무 추워서 따뜻하게 샤워를 하고 옷을 더 입고 나오겠다'라는 이유로 이 시간을 다소 미뤘다. 다시 나타났을 때는 한국 대표팀에게 제공되는 두꺼운 패딩을 입은 채였다.

그러나 랍신은 “오히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서 내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다”라는 의외의 소감을 내놨다. 이날 랍신은 10발의 사격(복사 5발, 입사 5발)에서 1발만을 놓치며 우수한 명중률을 보인 터. 그러나 “오늘 실수한 부분이 총을 쐈을 때 손가락이 얼어있어서 그랬다. 원래 이런 날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그게 나한테 안 통했다”라며 이날 거둔 16위라는 결과에 외려 아쉬움을 표했다.

러시아 출신 귀화선수인 랍신의 고향은 대륙 한가운데 있는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다. 1월 평균 기온이 -23℃까지 내려가는 곳에서 3세부터 스키를 타기 시작했던 랍신은 지난해 2월 재수 끝에 극적으로 귀화에 성공하면서 태극 마크를 달 수 있게 됐다. 어렵게 얻은 생애 첫 올림픽 출전 기회인 만큼, 한국에 메달을 안기고자 하는 의지는 누구보다 강했다. “내일도 추울 것 같다”라고 웃는 랍신은 영락없는 평창의 사나이였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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