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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 DB는 왜 상대팀 맞춤 전술을 생각하지 않을까

입력 : 2018-02-06 05:30:00 수정 : 2018-02-06 09: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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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지은 기자] “우리는 상대 팀을 위해 경기를 준비하지 않습니다.”

프로농구 경기 개시 약 1시간 전, 라커룸에서는 관례적으로 감독의 사전 인터뷰가 진행된다. 곧 열릴 일전을 앞두고 준비한 전략에 관한 질문은 이 자리의 단골손님이다. 사령탑의 입장에서 상대의 장단점에 따라 매치업, 수비 진영, 주공격 루트 등을 다르게 가져가는 건 매 경기 너무 당연한 일이다. 으레 해오는 작업이기에 각 감독이 가장 어렵지 않게 풀어놓는 화제이기도 하다.

지난 4일 잠실체육관 원정 감독실에서는 다소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삼성전을 앞두고 있던 이상범 DB 감독이 같은 질문을 듣고 내놓은 답변은 “딱히 없다”였다. 순위표를 들여다보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었던 터. “우리는 정규시즌 54경기 모두를 상대 팀을 위해서 준비한 적이 없다. 상대 전술을 고려하는 건 플레이오프에서야 의미가 있다”라는 설명을 덧붙인 이 감독은 “우리 집부터 튼튼해야 상대와 싸울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진짜 적은 내부에 있다”라고 빙긋 웃었다.

이런 철학은 이 감독의 오랜 믿음이 반영됐다. 이번 시즌 내내 DB에 이어져 온 ‘약속의 4쿼터’도 근본은 같다. 주전의 체력을 보완하고 백업에 경험치를 먹이기 위해 전반전에 다소 밀리더라도 상대에 관계없이 일관된 움직임을 가져갔다. 인삼공사 재직 당시에도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는 팀에 “먼저 자신과 싸워서 이겨야 상대를 이길 수 있다”라고 강조했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던 젊은 선수들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동력이 됐다.

이날 이 감독이 진짜 신경 쓴 부분은 선수단의 ‘집중력’이었다. 전날 가졌던 2위 KCC와의 맞대결에서 에이스 두경민 없이도 1점 차 극적인 승리를 거뒀던 터. “선수들 입장에서는 모든 걸 다 쏟아부은 후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분명 후유증이 있을 것이다. 오늘이 더 어려운 경기가 될 텐데,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다”라는 자체 진단과 함께 경기는 시작됐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이 됐다. 결국 이날 경기에 패한 DB의 연승 행진은 13경기에서 끊겼다. 이 감독은 “큰 게임 이기고 우려했던 부분이 이런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아직 이런 게 안된다”면서도 “어려운 걸 해냈으니 어쨌든 기특하다. 오늘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는 패장의 변을 내놨다. DB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는 이제 다시 시작됐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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