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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지연·고객 응대 뒷전 … '나사 풀린' 대한항공

입력 : 2018-01-30 14:25:54 수정 : 2018-01-30 14: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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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연율 높은 항공 5위 불명예/직원은 안내 부족…승객들 불만 폭주/인천 2터미널 첫 운항땐 수하물 누락 /늦은 출발은 일상…책임 회피만 급급/회사측 ”상황 파악해 조치“답변 일관
[전경우 기자] 우리나라의 국가명칭을 사용하는 항공사 대한항공의 국민적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을 비롯해 자회사의 공항 청소노동자 처우 문제 등은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고, 무엇보다 항공사의 기본인 운항과 서비스 면에서 최근 문제점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앞으로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꼽는 대한항공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잦은 지연과 불친절이다. 항공기의 지연은 출발과 도착 30분을 기준으로 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항공교통서비스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분기 대한항공의 국제선 지연율은 6.4%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대한항공과 상당 부분의 인프라를 공유하는 자회사 진에어는 국내선에서 비교 대상 중 가장 높은 수치인 14.5%를 기록했다.

최근 모 언론사가 전수조사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보더라도 대한항공은 말레이시아항공과 에어아시아 엑스, 피치항공, 선전항공에 이어 2017년 지연율이 높은 항공사 5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세부퍼시픽 등 LCC(저가항공사)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항공정보업체 플라이트스테츠(FlightStats) 집계에서도 2017년 12월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지연율이 36.15%에 달했다. 동일한 비교에서 카타르항공(13.01%)이나 ANA(전일본공수, 16.23%), JAL(일본항공, 16.98%), 델타항공(17.88%) 등과 대한항공의 격차는 무척 크다. 카타르항공의 경우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대한항공 항공기의 잦은 지연은 공항 시스템 때문에, 수하물을 싣지 못해, 짐이 무거워, 청소 노동자 파업, 엔진 결함, 비행기가 미끄러져서 등 매우 다양한 이유에 기인한다. 안전을 위해 지연 출발을 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이나, 선제 대응이 아쉬운 부분이다. 정작 불편을 겪는 소비자 역시 자세한 안내와 서비스를 받지 못해 감정이 폭발하고 고성이 오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지난 세밑 무렵인 12월 30일에는 한국공항 하청업체 ‘EK MENPOWER’ 소속 220여명의 근로자들이 파업에 들어갔는데, 직원 과로사 의혹에다 비인간적인 근무조건 등을 문제로 삼은 청소 노동자 380명 중 58%가 파업에 나서 13일만인 이달 11일 저녁 노사가 잠정합의안에 합의하며 일단 봉합됐다. 당시 대한항공은 다른 업무을 해야 하는 직원들을 청소에 투입해 여러편의 항공기 출발이 늦어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이성태 박사는 “대한항공 산하에 있는 한국항공 직원의 과로사로 촉발된 청소노동자의 파업 등으로 대한항공 직원들이 청소에 투입되는 일도 있어서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 같다”며 “파업은 일단락 됐지만 여파는 여전히 있다”고 분석했다.

1월 18일 야심차게 개장한 인천공항 2터미널에서 첫 비행기를 띄우던 순간에도 대한항공은 망신을 당했다. 이날 필리핀 마닐라행 KE623편과 오후 8시 8분, 7시 43분에 베트남 호찌민으로 출발한 KE685편, KE683편에 승객 수하물 282개(KE623 154개, KE685편 72개, KE683편 56개)가 탑재되지 않은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누락된 승객들 화물은 총 891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6시 55분 출발 예정이던 여객기는 출발이 1시간 30분 지연됐는데 수화물을 싣지 않은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개항 이후 수 많은 2터미널 항공편의 지연은 일상이 됐다. 면세구역 내 식음료판매점에서 일하는 관계자는 “지연으로 대기시간이 길어져 우리는 매상이 올라 좋다”고 말할 정도다. 정작 2터미널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인천공항공사와 대한항공 모두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쁘다.

조종사들의 불편도 2터미널 지연출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운항직전 1터미널 통합운영센터(IOC)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 조종석에 올라야 하는데 이동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게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측의 주장이다.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비행기도 지연출발의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월 28일 1시 12분 인천공항을 이륙한 델리행 대한항공 KE481편은 이륙 후 4분만에 엔진 이상이 감지돼 회항했다. 이 비행기는 오후 5시 11분에야 다시 승객을 태우고 델리로 떠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인천공항 2터미널에 대한항공과 함께 입주한 에어프랑스, KLM, 델타항공 등은 지연 출발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해외출발편도 심각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21일 태국 현지시각으로 밤 9시 45분 출발 예정이던 대한항공 KE658편은 환자 발생과 기체 결함, 기내에서 뜨거운 열이 감지된다는 승객의 요청이 차례로 이어지며 5시간 가량 이륙이 지연됐다. 하루 전에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으나 선제 조치는 없었고 지점장 등 직원들의 미숙한 대응으로 탑승객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본지가 해당 사건을 취재해 작성한 기사와 칼럼 댓글에는 소비자들의 분노가 여과없이 쏟아졌다.

지연 문제와 연계해 객실승무원이나 지상직 등 직원들에 대한 불만도 엄존한다. 이성태 박사는 “지연 문제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설명이 부족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면서 그는 “2016년 5월 27일 하네다 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엔진에 불이 붙었을 때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소리를 지르자 고객이 (왜 반말하냐)며 항의했는데 이는 엄연히 그렇게 하도록 메뉴얼에 적시돼 있다”며 “항공사는 물론, 국토부 등 유관기관에서도 충분히 설명을 해줘야 승객이 안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공항마다 각기 다른 문제가 있는데 중국쪽 항로가 복잡해 이륙허가 등 문제가 있어 지연되기도 하고, 항로 혼잡도가 세계 최고인 제주 노선과 군사공항으로 활주로가 멀리 있는 김해공항 같은 특수성도 고려해야 것을 일반 승객들이 어찌 알겠나”고도 했다.

또한 괌, 발리, 푸켓 등 여러 곳에서 유사한 사건이 있었는데 의외로 많은 이들이 지연 출발에 대한 불편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대한항공 현지 직원들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한 항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좁은 기내에 갇혀 있거나 차가운 공항 바닥에 방치된 승객들은 대부분 제대로된 안내를 받지 못했고 사후 대처나 보상 절차도 무성의 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반해 대한항공 측은 근래 발생한 잦은 결항과 대처 미숙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만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연운항은 원인이 여러가지인데 기체에 원인이 있다면 안전을 위한 조치”라며 “직원들의 대응에 관한 불만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항을 파악하고 거기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설명=대한항공 B747-8i 여객기.  지난 21일 KE658편(방콕-인천)은 이틀 연속 지연출발과 직원들의 대응 미숙 등 대한항공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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