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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시선] 황교익이 '쓰레기'라 비난한 언론의 입장

입력 : 2018-01-29 10:42:12 수정 : 2018-01-29 11: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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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일으킨 ‘떡볶이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17일 방송된 tvN ‘수요미식회’ 떡볶이 편에서 그가 “떡볶이는 몸에 좋지 않은 맛없는 음식”이라며 “떡볶이는 사회적인 음식으로 한국인이라면 떡볶이를 맛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주장하면서 부터다. 그 자체론 개인의 주장이니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문제는 그가 과거 한 업체의 떡볶이 광고를 찍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롯됐다. ‘술과 떡볶이’ ‘황교익도 반하다’ ‘떡볶이를 리셋하다’ 등 문구가 동원돼 홍보된 광고다. 이에 ‘이중플레이’에 대한 비판이 일었고, 이에 지난 24일 본지 김재원 기자가 해당내용을 담은 기사 ‘[SW이슈] 황교익, 그의 이중플레이...비난 받는 이유’를 내보냈다.

그러자 놀랍게도 황 칼럼니스트 본인이 기사에 대한 비난 포스팅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지난 24일자 포스팅에서 “이런 쓰레기 언론의 기사에 대응하느냐 마냐는 고민이 있었다”고 글을 열며 본지 기사에 대한 반박들을 차례로 정리해 내보냈다. “쓰레기 언론은 덤비지 마라. 보기에도 더럽다”는 원색적인 표현으로 글을 마치며 본지 자체를 폄훼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계속 이어진 그의 해명들을 지켜보며 줄곧 의아하단 생각밖에 안 들었다. 기사에 대한 비난이 문제가 아니라, 그의 논리 자체가 잘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상황을 설명하는 그의 논지와 논법에서부터 예시까지 모든 것이 잘못돼있어, 과연 이게 미디어에서 오래 활동하던 전직 언론인이자 현재도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논객의 사고와 언어가 맞는지조차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에 그가 ‘수요미식회’ 떡볶이 편 이후로 내보낸 주장들을 차례로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첫째, 황 칼럼니스트의 ‘프랜차이즈 관’에 대한 부분이다. 그는 분명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폐해는 음식의 다양성을 없애버린 것”이라며 “프랜차이즈에 의존하는 외식산업을 바꿔야 할 때”라 주장한 바 있다. 그럼에도 프랜차이즈 광고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황 칼럼니스트는 위 포스팅에서 “프랜차이즈를 퇴출하자고 주장한 적도 없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는 것을 안다.”며 “그럼에도 프랜차이즈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은 한국에서 유독 프랜차이즈가 강력하게 시장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은 정부와 외식업계 관련자들도 한다.”고 설명했다.

잘 이해가 안 되는 점이, 프랜차이즈 퇴출을 주장한 적이 없긴 해도 그는 분명 프랜차이즈에 의존하는 외식산업을 바꿔야할 때라곤 주장해왔다.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최소한도 프랜차이즈 산업이 지금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취지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광고에 출연하는 것은 광고주 입장에서 그의 유명세를 통해 프랜차이즈를 더 키우려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일이다. 그 확대에 공헌하는 바가 분명하다. 어차피 사라질 수 없는 것이니 아예 더 키우겠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논리다.

덧붙여, 프랜차이즈를 비판하는 정부와 외식업계 관련자들도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먹는 것으로 비판받을 소지는 없지만, 프랜차이즈 광고에 출연하면 당연히 비판받는다.

둘째, 이어 광고 출연에 대해 “광고료라고 말하기에는 민망한 조금의 사례비를 받고 찍은 것” “불우 어린이를 돕기를 응해줬던 회사이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에 찍은 것”이라며 “떡볶이 광고를 하며 떡볶이가 맛없다 하는 것이 과연 돈에 넘어간 태도라고 보는가. 떡볶이 광고를 하며 떡볶이 맛있다 해야 돈에 넘어갔다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한 부분이다.

이 역시도 잘 이해는 안 간다. 광고효과에 대한 상식 자체가 부족한 것인지 그저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인 진 잘 모르겠는데, 떡볶이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니던 사람보다 평소 떡볶이 맛없다고 떠들던 사람, 그것도 맛 전문가가 ‘떡볶이를 리셋하다’ ‘황교익도 반하다’ 등 카피를 내보내며 광고하는 쪽이 홍보효과가 훨씬 높은 건 당연한 일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광고료라고 말하기에는 민망한 조금의 사례비”가 대체 어느 정도인진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비판은 그가 무료로 광고에 출연했어도, 아니 아예 자기 돈을 내놓고 출연했어도 똑같이 벌어질 수 있었단 점을 이해해야 한다. 영향력 있는 논객으로서 그 주장의 일관성 차원에서다. 몸에도 안 좋고 맛도 없다며 비판하던 음식 광고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그의 의견을 경청해오던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그의 주장노선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는 비단 음식 분야뿐 아니라 다른 모든 종류 분야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시각이기에 딱히 억울해할 일도 못된다.

황교익이란 개인 차원이면 몰라도, 맛칼럼니스트란 직업인으로서 할 수 있는 좋은 일은, 좋은 일을 하는 회사의 광고에 출연해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읽거나 보는 소비자들에게 혼란 없이 정확하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다. 자신의 글이나 방송만이 주장인 건 아니다. 광고란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고 소비되는 그의 이미지 역시 주장이 될 수 있단 점을 왜 어색해하는지 알 수 없다.

셋째, 이번 사태의 핵심이 되는 부분, 즉 황 칼럼니스트의 견해와 달리 떡볶이를 “맛있다”고 생각하는 대중을 향해 “사회적으로 세뇌한 맛있는 음식”이라 그렇다며, 그 원인을 “정부와 관련 업계가 민족과 국가를 팔며 마케팅” 한 탓이라 지적한 부분이다. 나아가 그는 방송에서 떡볶이 인기 원인에 대해 “유아기 때 주어졌던 음식이기 때문”이란 주장도 덧붙인다. 병아리가 사람을 처음 보면 엄마로 착각하고 졸졸 따라다닌단 식 ‘처음 느꼈던 맛’ 개념에 노스탤지어가 합쳐진 형태라 그렇단 주장으로 읽힌다.

일단 떡볶이는 ‘살아남은 음식’에 속한다. 지난 수십 년 간 사라져간 ‘유소년 시절 노스탤지어 자극 음식’들은 수도 없다. 당장 소라가 사라졌고 오방떡도 그렇다. 엿은 이제 수능일 시험장 교문에 붙여놓는 용도로 주로 이용된다. 그밖에 소위 B급 구루메 메뉴들 중에서 사라진 음식은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유독 떡볶이는 살아남았고, 나아가 각종 프랜차이즈들을 통해 그 소비규모가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떡볶이만 저 ‘처음 느꼈던 맛’ 중에서 살아남았다면 떡볶이를 특이하게 바라보며 해석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지, 그런 식으로 한 데 뭉개서 바라보면 보일 것도 안 보인다.

한편 민족과 국가를 팔며 마케팅 해 떡볶이 ‘신앙’이 발생했고, 그 때문에 지금의 대중 반발이 일어났단 주장은 더 가관이다. 황 칼럼니스트는 정부와 관련 업계가 민족과 국가를 팔며 마케팅하면 그게 ‘사회적으로 세뇌’돼 맛없는 게 맛있다고 느껴지는가? 자신이 안 그렇다면 왜 다른 사람들은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대중은 미개하고 무지몽매해서?

만 번 양보해 그렇다 치더라도, 그럼 대체 해외에선 떡볶이를 왜 좋아하는가? 정부와 관련 업계가 떡볶이를 내세워 홍보하기 훨씬 이전부터도 떡볶이는 일본 등지에서 유난한 인기를 보였다. 일본 방송예능프로그램 몇 번만 모니터링 해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떡볶이 열풍 소개 한 번 안 나간 일본방송 없을 정도다. 유명 일본연예인들 중에도 방송이나 인터뷰에서 떡볶이 얘기하는 경우는 수도 없다. 당연히 일본뿐 만도 아니다. 뉴스검색 잠시만 해봐도 중화권이나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떡볶이 수출 잘 된단 기사들은 쉽게 발견한다. 그럼 이 사람들은 대체 무엇 때문에 떡볶이를 그리도 즐기느냐는 것이다. 이 사람들도 ‘사회적으로 세뇌’됐나? 만약 그렇다면 그 비결은 전 세계 요식업계에 돈 주고 팔아도 될 만한 노하우다.

떡볶이엔 일부 대중에 어필하는 매력이 분명 있다. 떡의 질감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서구인들 제외하곤 너무 맵지 않다는 한도 내에서 반응들이 나쁘지 않고, 열광적인 경우도 꽤 된다. 황 칼럼니스트가 그 매력을 이해하지 못한다 해서 없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나아가 해당분야 전문 논객이라면 자신이 알지 못하더라도 그 매력을 파악하려는 게 상식적 태도지, 내가 못 느끼겠으니 너희들은 모두 세뇌됐을 뿐이라 외치는 건 대체 무슨 입장인 지 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 황 칼럼니스트는 이제 갑자기 이 ‘떡복이 논쟁’을 ‘이명박 정부 비판’으로 끌고 가려하고 있다.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떡볶이에 대한 이 강렬한 반응은 “한국인이면 떡볶이를 당연히 맛있어 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누군가 그렇게 생각하라고 주입한 것은 아닐까. 이명박 정부에서 떡볶이를 가지고 어떤 짓을 하였는지”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일단 지금의 비판은 “한국인이면 떡볶이를 당연히 맛있어 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떡볶이보다 수만 배 이상 민족적 상징으로서 떠받들어지는 김치만 해도, 이미 지난 40여 년 간 그 소비량은 1/4 이하로 줄어든 상태고, 나트륨 과다로 인한 폐해를 지적하는 입장도 지난 십 수 년 간 꾸준히 있어왔다. 김치조차 비판해도 별 반발이 없는데 떡볶이 비판한다고 누가 뭐랄 일 없다. 지금의 비판은 황 칼럼니스트가 떡볶이를 맛없다고 해서가 아니라, 맛없다는 음식의 광고를 굳이 수락해 그 주장이 정반대로 엇갈리고 있단 점, 그리고 떡볶이를 즐기는 대중을 향해 “사회적으로 세뇌”돼서 그렇다고 폄하한 점 때문이다. 자신이 왜 비판받는 지 정도는 이해하고 반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관련된 주장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회 개최된 ‘서울떡볶이페스티벌’(2011년부턴 ‘떡볶이&쌀면 페스티벌’로 바뀌었다) 사연 중심인 것으로 보이는데, 기자 역시 한식 대외홍보에 국민세금이 쓰이는 부분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이다. 무엇보다 그 효과에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입장과 고작 4회 했던 행사, 5년짜리 정권이 한 일을 놓고 대중이 갑자기 떡볶이에 민족혼을 담도록 세뇌됐다고 보는 건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사고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건 어느 정부건 간에 그런 종류 한식 관련 행사가 열리는 지도 모르는 대중이 절대다수다. 아무리 봐도 자신의 주장을 둘러싼 비난에 대응해 이명박 전 대통령 및 보수정치세력에 비판적인 대중을 끌어들여 물타기 하려는 의도로밖에 안 읽힌다.

본지에 대해 “쓰레기 언론은 덤비지 마라. 보기에도 더럽다”고 한 황 칼럼니스트의 원색적 비난에 대해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다만 본지도 황 칼럼니스트를 평가해볼 입장은 된다는 판단이다. 지난 번 ‘혼밥 논쟁’ 때도 그랬지만, 황 칼럼니스트는 전반적으로 대중, 아니 그냥 다른 사람 자체를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애초 없는 것 같다. 자신과 다르면 무조건 그것은 “사회적으로 세뇌”됐느니 하는 식으로 치부해버리며 폄하하고 본다. 그런 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와 그 입장들을 깔아뭉개며 오직 자신의 사고만이 옳고 자신이 바라보는 대로 세상이 움직여주는 게 바르다고 믿는 태도, 그런 태도를 가리켜 우리는 파시즘이라 부른다. 대중을 상대하는 논객에게 이는 “쓰레기 언론”보다 더 치명적인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김용호 연예문화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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