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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74. 생각의 힘 ‘염력’

입력 : 2018-01-23 19:21:36 수정 : 2018-01-23 19: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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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의지 또는 의도로, 힘 또는 작용이 물질적 매개 없이 대상 물질에 작용한다고 생각되는 힘 또는 작용, 이것이 염력(念力)의 정의다. 불가에서는 염력을 오력(五力) 중 하나로 여겼으며, 초심리학에서는 ‘PK’라는 약자로 부르고 있다.

예전에는 세계적인 초능력자가 종종 방송에 출연해 우리에게 염력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초능력자로 알려진 유리 겔라도 TV에 출연해 헌 시계를 고쳐주겠다는 말을 했을 때 많은 사람이 고장 난 시계를 들고 TV 앞에 모였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유리겔라의 초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어찌됐건 전 국민이 염력의 실체를 경험한 이례적인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염력(念力)은 초능력자만 갖고 있는 능력은 아니다. 염력은 ‘생각의 힘’으로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 무생물까지도 염력을 갖고 있다. 불가에서 육식을 하지 말라는 이유도 염력 때문이다. 무릇 인간도 죽는 순간 한을 품게 마련인데 이는 짐승도 마찬가지. 따라서 육식을 금하는 까닭은 한이 서린 음식은 먹지 말라는 의미로 보면 된다.

생선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생물이라고 해서 날 생선을 최고로 치지만 어류를 주식으로 하는 일본에서는 생물보다는 냉동생선을 주로 먹는다. 물고기일 망정 날 것을 죽이는 순간 한이 서린다하여 냉동실에서 독기를 식힌 뒤에 식탁에 올려야 탈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염력은 사람부터 미물까지 모두 갖고 있는 능력이지만 사람마다 염력의 강도에는 차이가 있다.

구명시식 전 내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대개는 ‘빛’이라고 답을 한다. 빛이 태양에서부터 지구에 도착하는 시간은 8분13초다. 가시적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은 단연 빛이다. 그러나 염(念), 즉 생각만큼 빠르진 않다. 빛은 8분13초 전의 태양을 보게 해주지만, 염은 생각하는 순간이 태양이다. 그런데 가장 빠른 염력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잘 사용하면 문제가 없지만 잘못 사용하면 큰 과보를 받게 된다.

염력의 실체를 몰랐던 나는 학창시절 친구들이 부탁하면 손목에 찬 스위스제 시계를 손도 안 댄 채 멈추게 하거나 시침을 거꾸로 돌렸고, 때론 화투 패를 맞추는 등, 할일 없이 재미와 과시용으로 염력을 낭비하다 급기야 큰 과보를 받고 말았다. 약관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한쪽 폐가 썩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전국을 떠돌다가 찾아간 곳이 충남 마곡사. 마곡사 부근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피를 토하는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지나가던 스님이 “당신의 병은 흙 속에서나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몸이 모두 나으려면 적어도 한 달은 비가 와선 안 된다”고 말씀하시고 사라지자 나는 당장 실행에 옮겼다. 죽을 힘을 다해 구덩이를 판 뒤 옷을 모두 벗고 흙 속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비가 오면 그것으로 끝장이었다. 그런데 하늘이 도왔는지 한 달 넘게 비가 오지 않았고 덕분에 폐결핵도 좋아졌다. 그 후 구명시식처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함부로 염력을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한 적이 있었다. 90년대 초, 뉴욕 라마마 극장에서 작은 사고가 있었다. 주연배우가 연기를 하다가 그만 천정에 달린 전등갓을 치는 바람에 육중한 전등갓이 객석 쪽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만약 누군가 맞았으면 최소 중상이거나 사망이었다. 그런데 포물선으로 날아가던 전등갓이 갑자기 수직으로 내 앞에 떨어졌다.

힘의 원리상 포물선으로 날아가던 전등갓이 갑자기 수직으로 뚝 떨어질 리는 없었다. 내 뒤쪽으로 더 날아갔어야 했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엔 누군가 크게 다쳤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관계자가 물었다. “혹 어떻게 하신 건가요?” 그의 말에 나는 빙그레 미소만 지었다. 뭐라 답하겠는가.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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