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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일영, 오리온의 ‘추운 겨울’을 버티는 힘

입력 : 2018-01-05 05:20:00 수정 : 2018-01-04 23: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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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고양·권영준 기자] 밤하늘의 별이 빛나는 이유는 어둠이 있기 때문이다. 주연이 있다면 당연히 조연도 있어야 함께 빛날 수 있다. 오리온의 허일영이 그런 존재이다. 허일영은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오리온의 버티는 힘이다.

허일영은 4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치른 LG와의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7득점·6득점을 기록했다. 기록지에 새겨진 수치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날 오리온은 27점·15리바운드를 기록한 버논 맥클린, 23점·5리바운드의 저스틴 에드워즈, 그리고 3점슛 2개 포함 17점을 쏟아낸 최진수가 맹활약을 펼치며 95-82로 승리했다. 가드 김진유도 10점·4도움을 기록하며 오리온은 이날 총 4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이들의 활약과 비교하면 허일영의 존재감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오리온이 이날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최진수의 외곽과 맥클린의 골밑 장악이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최진수가 경기 초반 외곽슛을 던져주면서, 골밑 맥클린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 인사이드에서 승부를 본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LG 외국인 선수 에릭 와이즈와 제임스 켈리는 맥클린이 버티고 있는 골밑을 쉽게 파고 들지 못했다. 미들슛을 던지거나, 맥클린을 피해서 슛을 시도해야 했다. LG가 골밑에서 경기를 풀어가지 못하고 외곽에 집중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3점슛이 9개(24개 시도)나 적중하면서 경기 중반 시소 게임을 펼쳤지만, 결국 골밑 숙제를 풀지 못하며 승부처에서 무너졌다.

그만큼 맥클린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었다. 그 절대적인 힘 속에 바로 허일영의 숨겨진 헌신이 있었다. 허일영은 이날 궂은일에 집중했다. 골밑에서 상대 선수를 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리바운드에 집중했다. 공격에서도 자신의 강점인 3점슛을 쏘는 것보다, 맥클린과 에드워즈가 득점을 올릴 수 있도록 쉼 없이 달리며 스크린을 걸어줬다.

사실 지난 시즌까지 허일영은 골밑 플레이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이승현과 장재석이라는 거물이 버티고 있어 3점슛을 던지는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다르다. 이승현과 장재석은 병역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두 선수를 대신해 골밑을 지탱해줄 자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오리온은 송창무와 민성주를 영입했지만, 이들이 풀타임을 소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이에 허일영을 중심으로 송창무와 민성주가 출전시간을 배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허일영이 스크린과 리바운드 등 궂은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구단 관계자는 “사실 기록지에 드러나는 수치가 떨어지면서 개인적으로 힘들 법도 한데, 팀에서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팀을 이끌어주고 있다”며 “고참 선수로 일희일비하지 않고,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승부사 기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날 4쿼터 4분42초, LG가 추격에 나선 가운데 공을 잡은 허일영은 속공 기회에서 과감하게 골밑으로 파고들어 득점을 올린 뒤 상대 켈리의 반칙까지 얻어냈다. 허일영은 침착하게 추가 자유투를 성공시켰고, 이 장면에서 87-72로 점수 차가 확 벌어지면서 사실상 경기의 승부가 갈렸다.

개인 기록은 선수라면 누구나 욕심내게 마련이다. 그러나 허일영은 팀이 힘든 시기에 개인 기록보다는 궂은일을 통해 헌신하고 있다.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고 있는 오리온의 힘이 아닐까.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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