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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시선] 방-엑-원, '아이돌 삼국지' 불붙은 전쟁

입력 : 2017-12-14 12:00:00 수정 : 2017-12-14 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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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돌 팬덤의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작게는 댓글 싸움부터 크게는 청와대 청원까지 이어진다. 그룹 방탄소년단, 엑소, 워너원(가나다 순)이 그 중심에 있다.

2017년 보이그룹의 대 활약이 펼쳐졌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K팝 가수 최초로 무대를 꾸민 방탄소년단은 국내외를 오가며 연일 기록행진을 펼쳤고, 엑소는 160만장에 육박하는 판매고로 데뷔 이래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프로듀스 101’ 시즌2로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워너원은 단순한 이슈를 너머 대세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은 이들이 있다. 다름 아닌 일부 팬들이다.

지난 2일 ‘2017 멜론 뮤직 어워드(이하 ‘MMA’)’에 참석한 보이그룹 워너원을 향한 일부 관중의 욕설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동영상에는 착석하기 위해 자리를 찾는 워너원 멤버들을 향해 “저기요, 짬밥이 있잖아요. 뒤에 앉아요!” “아 왜 저기 앉아” “뒤에 앉아!” 등의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는 현장이 담겼다. 워너원 멤버들이 직접 들었는지 확실하지도, 또 어떤 가수의 팬이 목소리의 주인공인지 그 무엇도 확실한 건 없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현장에 있던 관객이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를, 그리고 타 가수를 입에 올리며 악을 쓰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해당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짬밥’을 운운하는 미성숙한 팬덤 문화는 물론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의 팬인가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이에 동영상을 공개한 이의 지인이라고 주장한 네티즌이 해명의 글을 올렸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팬들에게 아티스트는 소중하다. 물론 아티스트에게 팬들은 더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내 가수만 소중한 것은 아니다. 특히나 가수석의 자리 배치는 주최측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그에 대한 비난을 아티스트가 짊어질 이유는 없다. 나아가 누군가의 팬이라고 해서 타 가수를 비난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MMA’에 앞서 진행된 엠넷 ‘2017 MAMA’ 이후 한 팬덤의 ‘청와대 청원’도 논란이 됐다.

지난달 엠넷 측은 ‘MAMA’ 온라인 투표 진행 과정에서 부정 투표가 발견됐다며 투표를 일시 중단했다. 이후 해당 부정 투표를 삭제하고 투표를 재개했으나 의심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 투표의 결과를 반영해 진행된 ‘2017 마마 인 홍콩’에서 방탄소년단은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했으며 올해의 앨범상은 엑소에게 돌아갔다. ‘2017 마마 인 재팬’에서 ‘남자 신인상’을 받은 워너원은 ‘베스트 남자그룹상’까지 수상하며 최고의 신인으로 떠올랐다. 2017년을 누구보다 활발하고 빛나는 활동을 이어온 세 그룹의 수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이돌 팬들의 청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엠넷 아시안 뮤직어워즈(MAMA) 시상식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에는 “엑소가 시상식 주요 부문 수상을 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반면 일부 네티즌은 “엑소 팬들로 인해 고통받았다”며 ‘엑소 TV출연 금지’ ‘엑소 해체’라는 허무맹랑한 청원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을 맞아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 청와대의 행정 조치와 관련없는, 특정 연예인을 둘러싼 팬들의 불만 표출의 장이자 팬덤 간의 싸움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부 팬들의 극성스러운 행동에 대중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내 가수가 소중한만큼 다른 이들도 그러하다. 타 가수를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행동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이는 내 가수만 대단하고, 내 가수만 대접받아야 한다는 ‘내로남불’식의 전형적인 팬덤 이기주의다. 또한 결과적으로 이러한 행동은 해당 가수를 욕먹이는 일이기도 하다.

나아가 소수 팬들의 극성스러운 행동에 대중은 거부감을 느낀다. 어쩌면 팬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해당 아티스트에 대한 호감보다 반감이 먼저 생길 수도 있다. 이미 ‘그들만의 리그’가 된 팬덤 전쟁으로 내 가수가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져버리게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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