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또 한 번의 좌절' 황덕균 "최악의 상황도 생각하고 있어요"

입력 : 2017-11-30 06:00:00 수정 : 2017-11-30 09:48:52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더 ‘잘할’ 자신이 있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어렵사리 왔다가 너무 쉽게 가버리는 것이 ‘봄’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봄은 스치듯 지나갔고, 또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올해는 유난히 더 춥다. 칼바람이 몰아친다.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에 많은 이들이 쓰린 눈물을 삼켜야 했고, 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황덕균(34)이다. 넥센은 지난 25일 KBO에 보류선수 명단을 제출하면서 황덕균을 비롯한 양훈, 김홍빈, 김윤빈 등의 이름을 제외했다. 이들은 30일 명단이 공시된 뒤 다른 팀을 찾아야 한다.

‘설마’ 했던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지난 24일, 예비군 훈련에 한창이던 황덕균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일종의 방출 통보였다. 황덕균은 “사실 불안하긴 했다. 그래도 마무리캠프까지 모두 소화했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이전에 구단으로부터 어떤 언질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였다”고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구단 직원 분이 이 사실을 전하면서 자신의 일처럼 마음 아파하더라.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황덕균은 ‘희망의 아이콘’이었다. 프로데뷔 15년차인 지난해 처음으로 승리투수에 이름을 올렸다. 세 번의 방출이 있었고, 7년이나 야구를 놓아야 했던 적도 있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드디어 봄이 찾아온 듯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물론 가장 기뻐한 이는 가족이었다. 함께 야구했던 동생은 황덕균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황덕균은 “소식을 접하고 동생이 울더라.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제 잘못이죠.”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올해도 황덕균은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마무리 훈련을 받았고, 2점대의 좋은 성적으로 1군에 올라왔다. 특히 순위싸움이 치열했던 8월 많은 부름을 받았다. 장정석 넥센 감독이 “승부처에 맡길 투수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다만, 이닝 소화능력에서 조금은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딱 1이닝을 막을 때와, 2이닝 이상 넘어갈 때의 성적이 확연히 갈렸다.

아직은 끝이 아니다. 그러나 나이를 생각하면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황덕균은 “이름값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발표도 늦게 된지라, (이적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최악의 상황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차분히 전했다. 어쩌면 마지막일수도 시점에서 황덕균이 떠올린 기억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8월18일 고척 롯데전이었다. 황덕균은 “연장 10~11회를 퍼펙트하게 막았는데, 스스로 내려왔다. 나 때문에 팀이 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던졌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후회가 많이 남는 경기”라고 회상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OSEN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