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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1-29 13:29:30, 수정 2017-11-30 09:10:28

[SW무비] 엇갈린 '기억의 밤'이 불러온 비극적 드라마

  • [스포츠월드=김원희 기자]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갑자기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진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소름 돋는 상황이다.

    영화 ‘기억의 밤’의 이야기는 가족의 자랑이자 자신이 존경하는 형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을 때 느껴지는 공포감에서 시작된다. 만성적인 신경 쇠약을 앓고 있는 삼수생 진석(강하늘)이 가족들과 함께 새 집으로 이사 오면서부터 악몽이 시작된다. 들어갈 수 없는 작은 방에서 나는 의문의 소리로 매일 밤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는 것도 괴로운데, 어느 비 내리는 밤 형 유석(김무열)이 납치 되고 가족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간다.

    그렇게 19일째. 우여곡절 끝 무사히 유석이 돌아오고 다시금 걱정 없는 화목한 가족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진석은 형에게서 미묘한 낯섦을 느낀다. 그리고 결정적인 위화감을 느꼈을 때 진실에 적극적으로 다가간 진석, 그의 앞에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제목에서 보여주는 대로 ‘기억’에 집중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각자의 기억이라는 것이 반전을 이끌어내는 장치로 사용되며, 이를 토대로 발생되는 사건을 통해 가족의 비극을 보여주는 것. 때문인지 영화는 사뭇 몰아치는 초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비극적인 드라마에 치중한다. 초반부 공포감과 긴장감을 자아내는 일명 ‘떡밥’들이 뿌려지는 동안에는 꽤나 심장을 조이는 스릴러의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 떡밥의 진실들이 본격적으로 밝혀지면서부터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예측이 어려운 전개를 위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려다보니 결코 느린 전개가 아님에도 결말까지 도달하는 길이 멀게 느껴진다. 더불어 워낙 많은 반전 스릴러물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극중 드러나는 진실들이 뒷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놀라움을 안기는 충격적 설정이 아니라는 점이 그 기다림을 좀 더 길게 느껴지게 한다.

    그러나 스릴러적 요소를 제외한다면 후반부 강하늘 중심의 전개는 꽤 몰입할만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1997년 IMF로 모든 국민들이 아픔과 분노를 겪어야했던 시절,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모두에게 비극이 되어버린 사건이 그 시대를 직접 겪은 많은 이들에게 더 깊은 공감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강하늘의 연기력 역시 몰입도를 높이는데 큰 몫을 한다. 늘 잘 해온 강하늘이지만 연출을 한 장항준 감독이 ‘천생배우’라고 극찬한 만큼 이번에는 언젠가 강하늘의 악랄함이 드러나는 캐릭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 층 더 다양한 감정의 연기를 선보인다. 치열한 액션신은 덤이요, 목소리까지 연기하는 강하늘의 연기력을 만나고 싶다면 ‘기억의 밤’은 꼭 볼만한 영화다. 김무열 역시 극의 중심키를 쥔 인물로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과 극의 다른 두 얼굴을 이질감 없이 보여주며 극을 이끌어간다.

    “예측이 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장 감독의 바람이 과연 관객들에게 제대로 통할지는 미지수. 그러나 가벼운 범죄액션 오락물이 극장가를 장악한 가운데 ‘나비효과’로 인한 비극적인 사건에 묵직하게 빠져드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29일 개봉.

    kwh073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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