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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시선] 나문희, 77세 여배우가 보여준 '베테랑의 힘'

입력 : 2017-10-29 09:00:00 수정 : 2017-10-2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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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김원희 기자] 배우 나문희가 대배우의 저력을 보여줬다.

나문희는 2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1회 더 서울어워즈에서 영화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로 첫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77살 먹은 할머니가 상을 탔으니 얼마나 희망적이냐. 후배들도 열심히 해서 80세에도 상 받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는, 데뷔 56년 만에 첫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그의 수상 소감은 보는 이들에게 뭉클함을 안겼다.

나문희가 출연한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피해자 옥분(나문희)과 구청 공무원 민재(이제훈)가 영어를 매개체로 우정을 키우게 되는 휴먼 코미디 영화. 자극적인 영화가 득세하는 요즘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잡은 ‘착한 영화’로 입소문을 타며 32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의미 있는 흥행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극중 구청의 1호 블랙리스트 나옥분 역을 맡은 나문희는 도깨비 할매로 웃음을, 위안부 피해자 산증인으로 눈물을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진심 가득한 연기를 전달했다.

나문희의 수상은 여러 포인트에서 현 영화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범죄, 추리, 액션 혹은 가벼운 오락 영화만이 흥행 공식으로 여겨지는 극장가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었다. 확고한 방향성과 메시지에 웃음이 더해지면 자극적이지 않아도 관객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것.

영화는 코미디라는 큰 틀 안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와 아픔을 그린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단순히 눈물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들의 용기를 중점으로 다루며 확실한 문제 제기와 희망적인 미래까지 풍성하게 그려낸다는 것. 때문에 이를 표현해낼 중심적인 인물 옥분을 연기하는 나문희의 역할이 중요했던 터. 나문희는 데뷔 후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함으로써 그가 옳은 연기를 해냈음을 증명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나문희라는 배우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는 김현석 감독의 말처럼, 나문희만이 해낼 수 있는 인생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나문희가 연기인생 56년 만에 주연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것 역시 주목할 부분. 오랜 시간 연기생활을 이어온 중견 배우들이 ‘대배우’라는 존경의 의미가 담긴 호칭으로 불리고 있음에도, 정작 그들이 ‘주연상’을 거머쥘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것이 한국 방송영화계의 현실이다. 결국 그 ‘대배우’라고 불리는 배우들은 젊은 주연 배우들을 ‘받쳐주는’ 역할로만 소모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또 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주연상’의 가치. 상의 타이틀대로 한 작품 속 주연을 맡아 활약했던 사람만이 받을 수 있는 것이 남녀주연상이다. 그러나 수많은 시상식에서의 남녀주연상이 인기상, 스타상과 다를 바 없이 여겨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게 쌓이고 있는 대중적인 이미지들이 결국 시상식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길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77세 여배우의 주연상 수상은 확실히 흔치 않은 일이다. 향후 이런 상황이 또 있으리라 장담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나문희의 여우주연상은 수상소감 중 나문희가 “아마 할머니로서 후배들에게 피해를 줬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카메라 앞에만 서면 욕심이 나 염치 불고하고 연기했다”고 한 말처럼 연기자로서의 열정과 의지는 결코 나이나 스타성에 따르는 것이 아님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kwh0731@sportsworldi.com

사진=더 서울어워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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