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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스토리] 번즈가 전하는 한국의 포스트시즌 분위기

입력 : 2017-10-13 05:45:00 수정 : 2017-10-13 09: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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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창원 이지은 기자] "포스트시즌은 차원이 다르네요(Postseason is whole another level)."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의 유니폼을 입은 외인 타자 앤디 번즈(27·롯데)는 KBO리그 연착륙에 성공해 입성 첫해부터 가을야구까지 경험해보고 있다. 144경기 패넌트레이스를 치를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를 터. 번즈는 "정규시즌과 많이 다를까 싶었는데 이건 내가 이제까지 경험해본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번즈의 입을 통해 전해진 한국의 포스트시즌 분위기를 편지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앤디 번즈입니다.

요즘 저는 야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 마이너리그에서 두 번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러본 적이 있지만, 한국의 포스트시즌 풍경은 정말 보고도 믿을 수가 없네요.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날 때마다 만원 관중이 함성이 경기장에 가득 차더라고요. 이런 분위기가 나는 곳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관중들의 응원 소리가 커질수록 저는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아요. 투수와 상대할 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데 그 변화가 더 극적이거든요. 그러다가 안타를 때려내는 순간 다시 엄청난 크기의 소리가 귀로 훅 들어와요. 그 쾌감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응원가는 제게 있어서는 진정제같아요.

긴장되진 않나고요? 하하. 이런 환경에서 긴장이 안 된다면 사람이 아닐 겁니다. 너무 들뜨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게 된다는 의미죠. 솔직히 말하면 대기 타석에서 크게 숨 한 번 쉬고 배터 박스에 들어가요. ‘기본적인 플레이에 충실하자’라고 계속 되뇌기도 합니다. 너무 신이 나면 자기도 모르게 욕심을 부리게 되거든요. 게다가 단기전에서는 실수 하나가 미치는 영향이 크잖아요.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차분히 자신의 야구를 할 수 있느냐가 한국에서 치르는 포스트시즌의 핵심인 것 같아요.

사직에서 치른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은 정말 엄청났어요. 정규시즌에도 ‘이런 팬들 앞에서 경기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포스트시즌에는… 휴. 너무 흥분하지 않으려고 내내 마음을 다스리느라 힘들었네요. 부산이 왜 구도(球都)라고 불리는 지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처음 오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KBO리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다른 구단도 아닌 롯데로 올 수 있었던 것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제가 원래 에너지가 넘치는 스타일이거든요. 시즌 초에는 이것 때문에 경기할 때 고생 좀 했던 거 아시죠. 하하. 하지만 지켜보니 롯데 팬들이 딱 저 같은 과더라고요. 성격이 잘 맞아서 다행이죠. 제 여권을 뺏고 싶어 한다는 말도 진짜 재밌더라고요.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죠? 하지만! 저도 오랜만에 집에 가는 거잖아요.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몇 달간은 쉬면서 제 배터리를 충전하려고요. 내년에 다시 돌아올 수 있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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