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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0-10 19:34:11, 수정 2017-10-10 19:34:11

[차길진과 세상만사] 145. 금연, 지금 바로 도전하세요

  • 모 건설사 임원은 몇 년 전 나와 함께 백두산에 갔을 때 금연을 결심하고 바위 밑에 담배와 라이터를 묻었다. 그는 묻으면서 “내가 다시 담배를 피울 때는 이곳에 다시 와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 분은 그 약속을 지금까지 지켰고 두 번 다시 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분은 금연에 성공한 케이스다. 애연가들을 작심삼일로 만드는 것이 바로 ‘금연’ 결심이다. 끊은 듯해도 어느 순간 다시 잡게 되는 것이 담배다. 10여 년 전 작고한 코미디언이 전 국민에게 애절하게 호소한 “담배 끊으십시오”라는 말은 모든 애연가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연인구는 좀처럼 줄지 않았고 오히려 여성과 청소년 흡연인구가 늘어난 실정이다.

    한 언론사 국장은 내 앞에서 “제가 담배를 피우면 강아지입니다”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담배를 끊겠으니 두고 보라는 말과 함께 비장한 결심을 보였다. 그런데 며칠 지나 그 분의 사무실에 들렀는데 테이블 위 재떨이에는 수북하게 담배꽁초가 쌓여 있었다. 그 분도 내 시선을 느꼈던지 “스트레스가 심해서요”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스무 살 무렵 나는 심한 폐결핵을 앓았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치열한 고통을 느꼈기에 담배하고는 젊은 시절부터 인연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가끔 담배를 좋아하는 지인들을 만나면 그 자리가 여간 불편하지가 않았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담배를 피우지 않는 모든 분들이 마찬가지일 듯. 하지만 폐결핵의 고비가 없었다 해도 나는 아마 담배를 멀리했을 것 같다. 사실 담배 만큼 체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또 있을까. 이런 걱정으로 나는 연극 연출가에게 충고를 한 적이 있다. “고뇌하는 예술가들에게 담배 만큼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었겠지만 이젠 예술도 체력 싸움입니다. 담배가 예술에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니 끊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젊은 연출가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참 끊기 힘든 게 담배입니다”라고 말했다.

    살면서 이렇게 담배 끊기가 힘든데 죽어서는 오죽할까. 언젠가의 일이다. 구명시식 중 어떤 여자 영가가 나타나 “담배 한 대만 피우게 해주십시오”라고 애원하는 게 아닌가. 그 영가는 특히 K담배를 좋아했는데 그 담배를 꼭 상에 올려 달라 청하는 것이었다.

    남편은 “그렇지 않아도 혹시 몰라서 그 담배를 준비했습니다”며 담배를 피워 올렸다. 그러자 흡족한 표정을 짓던 영가는 한술 더 떠 “죄송하지만 한 보루를 올려주면 안되겠습니까? 여기서는 담배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아서요”라고 요청해 왔다. 담배를 마음껏 피운 뒤 영가는 돌아가는 길에 제사상에 꼭 담배를 올려달라는 부탁 또한 잊지 않았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건강을 걱정할 필요가 있겠냐마는 영가가 너무나 담배 타령을 하기에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 “영가께서는 아무 걱정 없이 담배를 피워도 된다 생각하실지 몰라도 다음 생에 태어나면 영계에서 피웠던 담배에 대한 카르마가 그대로 전이되어 다시 흡연가가 되고 맙니다. 그때는 또 어떻게 끊으실 작정이십니까? 그러니 영계에서부터 담배를 끊으시는 것이 어떨까요?”

    영계에서 ‘금연’이란 없다. 그렇기에 나는 영계에서 ‘금연 운동’을 하고 있는 유일한 금연 홍보대사일지도 모른다. 영가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권유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이미 영가가 된 이상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말이 통할 리 만무한 것이다.

    그럼에도 담배를 너무나 사랑하는 영가들을 뵐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영가일 때는 모르겠지만 다음 생에 태어날 때는 반드시 그 카르마가 전이돼 흡연가가 될 것이며, 영가일 때도 끊지 못한 담배라면 내세에도 끊기는 힘들어 누구보다 빨리 영계로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금연에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떨지.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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