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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42. 차례상 음식에 담긴 의미

입력 : 2017-09-24 19:09:32 수정 : 2017-09-24 19: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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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연중에 가윗날, 즉 추석만한 명절이 없다는 얘기다. 예로부터 우리는 추석을 민족 대명절로 삼고 온갖 큰 행사를 벌여왔다. 농경민족에게 벼 수확 만큼 큰 보람이 어디 있을까. 곡식과 햇과일로 풍성하게 차린 차례상을 조상님께 올리며 1년 동안의 보살핌에 감사드리는 마음은 동양 3국 중 가히 최고라 하겠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추석선물로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단연 ‘현금’이다. 또 벌초 역시 대행업체에 맡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차례 음식도 마찬가지. 까다롭고 번거로운 장보기로 고생했던 주부들을 위해서 차례음식 장보기부터 차례상 차리기까지 대신 해주는 업체가 많이 생겨났다.

세월 따라 많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세월 따라 상차림이 바뀌어도 꿋꿋하게 추석 차례상과 제사상을 지키는 음식들이 그것이다. 그것은 바로 조, 율, 시. 즉 대추와 밤 그리고 감이다. 이 세 가지를 언급하는 이유는 깊은 뜻이 있지만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저 예전부터 그리했으니 준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 율, 시 중 으뜸인 조(操)의 경우를 보면 예부터 대추나무는 벼락 맞은 것을 일품으로 쳤다. 아마도 벼락 맞은 대추나무를 부적삼아 갖고 다니시는 분들도 아마 꽤 될 것이다. 요즘엔 핸드폰 줄 장식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니 벼락 맞은 대추나무의 영험은 대단하다.

과일 같으면서도 약으로도 쓰이며, 벌레가 잘 먹지 않는 대추는 나무부터가 면역성과 내성이 아주 강해 ‘자식’을 상징하는 의미로 종종 쓰여 왔다. 폐백할 때 대추를 던지며 “자식 많이 낳고 잘 살아라”는 덕담을 하는 것 역시 대추의 속뜻에서 비롯된 것. ‘손(孫)을 끊지 말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대추는 영혼적인 면이 강하여, 꼭 혈육으로 자식을 낳으란 뜻보다도 대대로 이어오는 조상의 정신을 기리라는 의미에서 오랜 세월 제사상에 올려졌다.

이와 함께 올리는 밤은 ‘원형 그대로 보존하라’는 의미를 지닌다. 다른 식물의 씨앗은 본 형태를 잃으면서 새싹을 틔우는데 반해 밤은 새싹이 돋아도 밤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산으로 밤을 따러 간 적이 있어 ‘정말 밤나무가 뿌리에 밤톨을 그대로 보존한 채 나무기둥이 올라간 것인가’하는 의문에 살짝 밤나무 뿌리 쪽을 파보았더니 정말 거기에는 밤톨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딱딱한 밤톨 위에 큰 기둥을 세우는 밤나무처럼 우리의 원형인 조상을 한 시도 잊지 말라는 의미가 새겨져 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 장례식 때 사람의 시신이 없을 경우 밤나무를 사람 모양으로 깎아 관에 넣은 것 역시 이런 원형 보존의 정신을 담은 게 아닌가 싶다.

마지막 필수과목인 감. 차례상에 올리는 것은 원래는 홍시지만 홍시가 없으면 곶감을 대신 올린다. 왜 감을 올린 것일까. 감씨는 아무리 잘 심어도 감이 나오지 않는다. 반드시 만 3년이 지난 뒤 접을 붙여야 감이 나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도 그냥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접을 붙이듯 교육을 받아야 참 인간이 된다 하여 감을 상에 올린 것이다. 작은 것 하나에도 다 이유가 있다할 것이다.

명절의 기본은 화목이다. 그 이유를 생각하고 푸짐하게 차리기보다는 정성스럽게 차례상을 차리면 될 것이다. 지금 평화로워야할 추석이 그리 평화롭지 못하다. 선조들의 지혜를 되살려 이번 추석에는 형제들 간에 화목하게 지내고 둥근달을 바라보며 즐겁게 보내시길 기원한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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