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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이슈]이동국, 최초 ‘70-70’… 되새겨야 할 ‘투자·지도자 가치’

입력 : 2017-09-19 05:30:00 수정 : 2017-09-19 04: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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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라이언킹’ 이동국(38)이 달성한 전대미문의 70-70(골-도움)클럽 가입이라는 금자탑 안에서 되새겨야 할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최강희 감독의 믿음과 전북 현대의 가치 있는 투자이다.

이동국이 역사를 새로 썼다. K리그 통산 최초로 70-70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영욕의 세월을 거치며 늘어난 그의 주름살만큼 역사의 페이지도 늘어나고 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피와 땀이 섞인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위대한 기록이며, 전설로 남을 발자취이다.

한국 나이로 내년이면 마흔인 이동국이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2009년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1998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뛰어든 그는 2006년까지(2000~2001년 베르더 브레멘 임대, 2003~2005년 광주 상무) 활약했다. 이 시기에 그는 이미 20-20클럽에 가입했다. 그리고 2007~200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로 이적한다. 부푼 꿈을 안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처참한 실패를 경험한다. 2008시즌 성남 일화(성남FC 전신)로 이적하며 K리그로 돌아왔지만, 무시무시한 득점력을 선보이던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그의 발걸음을 여기가 마지막인 것 같았다.

이때 손을 내민 것이 최강희 전북 감독이었다. 2009년 전북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골을 몰아치며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상을 거머쥐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그리고 2010년 7월7일 대전전에서 30-30클럽에 가입한다. 20-20클럽 가입 후 6년 만이다. 이후 무시무시한 속도전을 펼친다. 정확하게 1년 후인 2011년7월3일 FC서울전에서 그는 40-40클럽에 가입했다. 다시 1년 후, 정확하게 10개월 후인 2012년 5월26일 50-50클럽에 가입했다. 30-30클럽에서 50-50클럽에 가입하기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완성형 스트라이커로서 전성기를 달렸다.

하지만 이후 속도는 급속하게 줄어든다. 그 역시 흘러가는 세월은 잡을 수 없었다. 50-50클럽 가입 이후 2년 만인 2014년 7월20일 상주전에서 60-60, 그리고 이후 3년 만인 2017년 9월17일 포항전에서 K리그 통산 사상 첫 대기록인 70-70클럽에 가입했다. 이와 같은 흐름이라면 80-80클럽은 2~3년 후에나 가능하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이뤄질 기록이라 불가능할 확률이 높지만,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관리와 노력이라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가요 ‘달팽이’의 가사 속 달팽이가 세상 끝 바다로 조금씩 나아가듯, 그 역시 조금은 느리지만, 여전히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이동국의 70-70클럽 가입을 단순한 기록 달성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 여기에 숨겨진 진짜 가치를 찾는 것이 K리그 발전을 위한 길이다.
그가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K리그에 발자국을 새길 수 있었던 이유는 첫 번째 이유는 전북 현대의 투자 철학에 있다. 현재 K리그 전체를 통틀어 과연 풀타임을 소화하기 힘든 30대 후반의 공격수에게 10억원이 훌쩍 넘는 연봉을 지급할 수 있는 구단이 있을까. 분명 이는 경영·경제학 이론에 맞지 않는 투자이다. 그러나 전북은 기꺼이 이동국을 한국 최고의 선수로 대우하고 있다. 충분히 뛸 수 있는 나이지만, 그저 연봉이 높고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프렌차이즈 또는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선수가 쫓겨나듯 은퇴하거나 팀을 옮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북의 투자 철학은 K리그 각 구단이 재고해야 할 일이다.

두 번째는 최강희 감독의 믿음이다. 노장 선수라면 출전 시간부터 훈련 소화량까지 나이에 맞는 관리가 우선이다. 최 감독 역시 이동국의 출전 시간이나 컨디션을 적절하게 조절해 출전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은퇴 시기가 다가온 노장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바로 당사자가 ‘여전히 팀에 절실한 선수’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은퇴한 모 선수는 “내가 팀에서 존재가 가치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들 때 은퇴를 고민하게 된다”고 털어놓기도 있다. 최강희 감독은 여전히 이동국을 향해 최고의 선수라고 치켜세우며 굳건한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믿음이 이동국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최 감독의 믿음이 곧 이동국의 전설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 선수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동국의 70-70클럽은 분명 위대한 역사이다. 그리고 여기서 분명히 되새겨야 할 것은 그 뒤에 감쳐진 구단과 지도자의 노력 역시 위대하다는 사실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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