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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9-14 18:46:30, 수정 2017-09-14 20:35:18

[SW시선] '택시운전사' 는 왜 김사복을 소시민으로 설정했나

  • [최정아 기자] 1980년 5월 광주를 그린 ‘택시운전사’가 1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현재까지 역대 한국 영화 흥행 10위, 우리나라 개봉 영화 중 11위다. 촛불 집회를 거쳐 정권 교체를 이룬 현시국과 영화 속 상황이 묘하게 맞물려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고 이는 영화 흥행에 큰 도움이 됐다. ‘택시운전사’는 평범한 개인의 힘이 모여 역사를 바꿀 수 있음 이야기 한다.

    제90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 영화부문에도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는데, 이 역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택시운전사’는 아카데미영화상 측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국의 특수성뿐 아니라 아시아 인권과 민주화 과정을 잘 표현했다는 인상을 줬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휴머니즘으로 많은 세계인들에게 작품의 의미와 주제를 잘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흥행하자 관객의 관심은 실존인물 김사복 씨로 향했다. 조금 더 엄밀히 말하자면 관객을 넘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까지 김사복 씨의 사연에 관심을 가졌다. 영화가 흥행 바람을 타기 전부터 이후 수 많은 언론매체에서 고 김사복 씨와 그의 아들 김씨의 증언을 보도했기 때문.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도 한 번쯤 그의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다.

    그러던 중 김사복 씨에 대한 흥미로운 기록이 나왔다. 1974년 8월 17일자 동아일보 6면에 따르면 김사복 씨는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 당시 범인 문세광이 조선호텔에서 국립극장으로 이동할 때 탔던 콜택시의 실소유주, 즉 운수사업자였다. 이 사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것은 인터넷과 SNS상에 공개된 당시 동아일보 기사 캡쳐본이다.

    기사에 의하면, 문세광은 8월 15일 아침 8시 조선호텔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급한 볼 일이 있으니 리무진 한 대를 불러달라” “중요한 손님을 모시고 장충단 국립극장에 갈 일이 있으니 30분만 전세내자”고 요청했다. 데스크에서 “이 호텔에는 전용차가 없다”고 했지만, 문세광은 계속 졸랐다. 호텔 측은 마침 다른 손님을 태우고 온 서울2바1091 포오드20M에 범인을 태워줬다. 이 차는 서울 회현동 1가 92의 6에 있는 팔레스호텔 소속 콜택시로 운전사 김사복 씨 대신에 스페어운전사였던 황수동 씨가 운전하고 있었다.

    이어 밝혀진 기록들은 김사복 씨의 현실비판의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 위르켄 힌츠페터 회고록에 의하면, 김사복 씨는 힌츠페터와 미리 약속을 하고 공항에서 만났다고 한다. 힌츠페터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하던 기자라는 점과 김사복이 민중운동가 함석헌 등 반박정희 재야 인사들과 교류가 있었다는 점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고 한다. 운수사업자, 필요하면 택시운전사로도 움직인 남성이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두 사건에 등장한다. 이것은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 실제 김사복 씨는 월세비를 걱정하는 영화 속 소시민 송강호의 모습과 괴리가 있다. 어설픈 콩글리쉬가 아닌 영어와 일본어로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더불어 낡은 초록색 브리사 택시 한 대로 근근히 살아가는 인물 역시 아니었다. 최고급 세단으로 호텔 영업을 했다. 기록이 말한다. ‘택시운전사’는 의도적으로 캐릭터를 힘없는 약자로 설정한 것인가. 더 큰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도 영화 측의 설명이 필요할 때다.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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