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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9-10 13:00:00, 수정 2017-09-17 11:19:02

[스타★톡톡] 설경구 "팬들의 사랑? 감시의 역할… 절하고 싶을 정도다"

  • [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설경구는 1년 365일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사람같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을 보면 두 번 놀란다. 첫 번째는 영화의 막이 오르고 등장하는 설경구의 얼굴. ‘그동안 보지 못한 얼굴’이란 문장 외에는 이를 설명할 수 없다. 인물의 인생을 얼굴 한 컷으로 보여주는 내공. 역시 설경구다. 특수분장 따윈 벗겨버리고 세월의 풍파를 그대로 맞은 남성의 얼굴로 노화화 했다.

    두 번째는 연기. 어느덧 연기 20주년을 훌쩍 넘긴 그. 대중은 그동안 출연한 30여 편의 작품을 통해 설경구의 연기 스펙트럼을 모두 맛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설경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또 다른 차원의 연기를 펼치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이래서 설경구, 설경구 하는구나’라며 감탄한 원신연 감독의 말에 십분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예전에는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지금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병수가 우연히 접촉사고로 만나게 된 남자 태주(김남길)에게서 자신과 같은 눈빛을 발견하고 그 역시 살인자임을 직감하면서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영화. 설경구는 극 중 병수 역을 맡아 기억과 망상을 오가며 무너져가는 남자의 혼란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외모의 변화가 놀라울 정도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원작 소설에선 병수가 70대 노인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는 두 남자의 대결 구도로 가다보니 50대 후반∼60대 초반으로 나이를 설정하게 됐다. 애매한 나이더라. 분장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요즘 이 나이가 노인은 아니지 않나. 특수분장을 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하지만 기름기를 쫙 빼야할 것 같고. 며칠 고민하다가 뱉은 말이 ‘늙어볼게요’ 였다.”

    -설경구가 나이 들면 저런 모습일까 싶더라.

    “원신연 감독님의 도움을 받았다. 얼굴을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뒷머리엔 부분 가발을 달기도 했다.”

    -이런 노력을 들인 이유는.

    “캐릭터의 얼굴이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인생을 살아서 이런 모습이 됐을까’라는 궁금증을 유발하길 바랐다. 이전엔 단순히 살을 빼고 찌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캐릭터의 얼굴에 대한 고민이 더 생겼다. 작품을 통해 또 하나 배웠다.”

    -특수 분장으로 쉽게 갈 수 있었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나보다.

    “‘나의 독재자’ 때 피스를 붙여봤는데 7시간 이상 촬영을 못한다. 또 분장 하는 시간이 거의 4시간 이상 걸리더라. 무엇보다 제가 제 표정을 못쓰는 느낌이다. 피스 속에서 안면근육을 쥐어짜듯 더 일그러뜨려야 표정이 나온다. 병수 역은 입체적인 역할인데 피스를 붙이고 특수분장을 하면 잘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았다.”

    -체중을 감량한 상태에서 12kg 증량한 김남길과 몸싸움 장면이 나온다. 특히 목을 졸르거나 졸리는 장면들이 있는데.

    “단어 자체부터 말하기 조심스러운 장면이다. 일단 정말 아찔했다. 케이블 타이에 온몸이 묶인 채로 다락방 문고리에 목이 졸리는 장면이 있는데, 한 번은 묶여있단 사실을 잊어버리고 연기에 몰입해 앞으로 훅 나간적이 있다. 바로 하체에 힘이 풀리는데 무섭더라. 이렇게 당하는 입장도 부담스러운데 이것 보다 더 부담이 되는 건 내가 힘을 가할 때다. 황석정 씨가 ‘조금 더 졸라도 된다’고 하는데 내가 못하겠더라. 무서워서 살이 떨린다. 상대의 상태를 모르니 계속 물어봐야 한다. 신체 중에 목이 정말 약한 곳이라 뚝하고 부러질 수도 있다.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힘을 가하는 사람이 더 스트레스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캐릭터다.

    “병수에는 모든 게 섞여있다. 김남길과 심리전도 펼치면서 복합적이었다. 병수는 단순한 연쇄살인범이 아니다. 주변에 황석정, 오달수와 대화를 하면서 사회생활도 한다. 캐릭터 후유증인지 이번에는 진짜 잠을 못 잤다. 무슨 고민인지는 모르겠는데 숙소에 돌아와서도 머릿속에 계속 무엇이가 남아있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 많이 복잡했다.”

    -병수는 살인을 몸이 먼저 기억하는 캐릭터였다. 설경구가 기억하는 몸의 습관은 무엇인가.

    “20년 넘게 하고 있는 습관이 있다. 아침마다 줄넘기를 한다. 그래야 하루가 편하다. 촬영 나가기 전에 하는데 영화마다 개수가 조금씩 다르다. 이번엔 체중 감량, 유지를 위해 카운트 되는 줄넘기로 만 개씩 했다. 보통 한 시간에 6000개 씩 한다. 무릎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병원에서 아직까지 문제는 없다더라.”

    -5월 개봉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후부터 2030 여성팬들이 늘었다. 지하철 광고까지 아이돌급 화력을 보이는데.

    “이런 관심이 과분하다. 지금도 얼떨떨하다. 팬들에게 절을 하고 싶을 정도다. 감동적이다. 여름철에는 성수기라 극장 배급이 안됐는데 9월부터 다시 대관을 해서 ‘불한당’을 본다더라. 예전에는 차분한 팬들이 많았는데 최근 팬들은 직접적으로 표현을 해준다. 에너지를 받는 것 같다. 응원이 엄청 된다. 감시의 역할도 되는 것 같다. 나 자신을 다잡는 계기도 됐다.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고, 작품으로 보답하는 수밖에 없겠다.”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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