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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9-08 17:25:07, 수정 2017-09-08 17:25:07

'황금연휴'…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 “가을에 열흘이나 쉴 수 있는 날이 평생에 다시 올까요. 한번 뿐 기회라 돈 생각하지 않고 떠나볼려구요.”

    경기도 평택의 이현우(가명·30)씨는 추석연휴에 알래스카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워두고 벌써부터 싱글벙글이다. 알래스카의 오로라를 보는 건 그의 버킷리스트(죽기전에 해보고 싶은 일)지만 가을, 겨울에나 관찰이 가능해 그간엔 엄두를 내기 힘들었다. 

    최장 10일의 황금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벌써부터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이씨같은 ‘여행형’이 많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재충전을 도모하는 ‘힐링형’도 적지 않다. 그러나 경제적 사정으로 일을 해야 하는 ‘생계형’이나 취업준비생처럼 가족, 친척 등을 만나는 게 부담스러운 ‘잠적형’은 긴 연휴가 오히려 씁쓸하다.

    ◆“여행을 떠나요!”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은 손쉽고, 가장 일반적인 선택지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정석(가명·62)씨는 베트남 다낭으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김씨는 “큰 아들의 결혼 전 마지막 가족여행이라는 생각으로 다녀올 생각”이라며 “해외여행을 다녀와도 고향을 찾을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해외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여행 상품 예약률은 폭등했다. SK플래닛 11번가에 따르면 추석연휴 해외여행 상품 예약률은 지난해 추석연휴 예약률보다 94.4% 증가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남태평양 등 장거리 여행 예약률이 257%로 급증했다. 연휴가 긴 만큼 쉽게 가기 힘든 여행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비행기표 가격도 크게 올랐다. 일본 오키나와의 경우 왕복 비행기표 가격은 1인 기준 80만원 이상으로 성수기인 8월의 20여만원보다 네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보통 가을은 여행업계의 ‘보릿고개’로 통했지만 올해는 다르다”며 “여행객들이 늘 것에 대비해 비행기표나 현지 호텔 등 물량을 확보해 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든걸 내려놓고 싶다

    일상에 지친 심신을 자기만의 취미생활과 휴식으로 힐링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이들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김민수(가명·30)씨는 산 속에서 ‘북스테이(Book Stay)’를 할 생각이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으며 시간을 보내려는 것이다. 김씨는 “책을 보고 글을 쓰면서 쉬고 싶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지 북스테이 예약을 하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독서뿐만 아니라 산이나 바다를 찾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나 프로그램이 최근 인기가 높다.

    ◆연휴는 무슨…일해야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꿀맛같은 휴식을 즐길 때 더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이 잘 되는 연휴에 가게 문을 닫을 수 없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는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를 놓을 수 없다.

    서울 송파구의 이모(30)씨는 연휴 기간 중 운영하는 식당을 내내 열 예정이다. 이씨의 식당은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있어 연휴기간이 가장 손님이 많이 몰리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대학생 박모(22·여)씨는 마트나 식당에서 연휴 기간 동안 바짝 일을 해 돈을 벌겠다는 계획이다. 박씨는 “돈이 없는 데 무슨 여행을 가겠냐”며 “집에만 있어도 돈이 들기 때문에 차라리 일을 하려하고 한다. 연휴기간에는 시급도 더 올려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바천국이 전국 아르바이트생 1648명을 대상으로 추석 계획를 조산한 결과 계속 일을 하겠다는 응답이 31.3%나 됐다. 여행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8.3%에 불과했다. 

    ◆“나를 찾지 말라”

    가족이나 친척, 고향 친구를 만나는 게 부담스러운 이들은 잠적을 택하기도 한다. 주로 취업이나 시험을 준비하는 20∼30대들이다. 궁색한 처지가 민망하고, “취업은 언제할 거냐”는 등의 질문이 부담스러워서다.

    김모(30)씨는 ‘일시적 도피’를 계획하고 있다. 4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그는 명절이면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서울 신림동의 자취방에 부모님이 찾아올 지도 몰라 연휴를 보낼 장소를 아무도 모르게 물색해두었다. .

    취준생인 이모(30·여)씨 역시 친척들을 피해 집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이씨는 “친척들은 만나면 하나같이 직장을 구했는지 묻고, 취업에 성공한 자기 자식 자랑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결혼 이야기까지 나오면 참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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