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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이승우 백승호 '활용법'은… 미래, 미리 준비하라

입력 : 2017-09-06 05:27:00 수정 : 2017-09-06 0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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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이승우(19·헬라스 베로나)나 백승호(20·페랄라다) 이강인(16·발렌시아)이 축구대표팀에 합류한다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 물음에서 한국 축구의 향후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우여곡절 끝에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마쳤다.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 성공과 관계없이 이번 최종예선은 많은 상처를 남겼고, 한국 축구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전술적으로 취약했고, 선수 개개인의 준비도 부족한 모습이었다. 이젠 문제점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중 하나는 바로 대한축구협회의 전술위원회의 신설이다.

한국 축구는 지난 3월23일 중국에 0-1로 참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어 4월5일 스포츠월드 ‘단독보도’를 통해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대표팀 내부에서 전술적으로 소통을 하지 않는다 사실을 전달했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설이 불거졌으나. 대한축구협회는 연임을 선택했다. 패착이었다. 전술 소통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6월7일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무색무취 축구로 0-0으로 비긴 뒤 6월13일 카타르에 2-3으로 패했다. 결과론적이지만, 당시 카타르에 승리했다면 한국 축구는 우즈벡전 전에 본선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이 패배로 슈틸리케 감독은 경질됐다.

신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다. 큰 변화를 기대했다. 소통의 대가로 꼽히는 신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다양성을 가지고 접근했다. 상대 전력을 철저하게 분석했고, 이기는 축구를 위해 전술적으로 디테일하게 준비했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이라, 6일 우즈벡전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수비는 불안했고, 중원 빌드업은 생략하는 모습이었다. 공격진의 문전 세밀성은 떨어졌다.

이는 신태용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항상 같은 문제로 고민해 왔다. 수비 불안과 골 결정력 부재는 하루 이틀일이 아니다. 외국인 감독을 써보기도 했고,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많은 감독이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스포츠월드는 지난 4월(12일자) ‘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를 통해 전술위원회를 신설하자고 주장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감독을 향한 월권행위’ ‘스포츠 정신을 망각한 무조건적인 승리가 정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자, 이란, 우즈벡전 직후 반응이 어땠나. 스포츠는 승리로 말하고, 승리로 답한다. 감독이 달라진다고 전술이 달라지거나, 180도 달라진 결과를 내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을 증명했다.

한국 축구의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실적으로, 한국 축구의 자금력으로는 세계적으로 전술이 뛰어난 감독을 영입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비난할 이유 없다. K리그는 수년째 흥행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축구 산업은 질·양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돈을 쥐고 있는 기업들은 축구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에서 지원받는 금액보다는 스폰서 계약 금액으로 운용이 되는데, 국내 축구 산업이 발전하지 않으면 기업으로부터 관심과 투자를 받을 수 없다.
한국축구가 다시 한 번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되거나,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이 프로야구의 인기를 뛰어 넘는 순간이 오지 않는다면 히딩크와 같은 명장은 현실적으로 영입이 불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했다면, 슈틸리케 감독 경질 직후 후안데 라모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을 영입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도 뿌리가 있고, 밑그림이 그려진 바탕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60위권 수준의 한국 축구가 자금력의 현실성을 극복하고, 아시아 맹주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한국형 축구’에 최적화된 전술 개발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선수 분석을 통해 개개인의 강점에 맞는 전술을 찾아가야 한다. 가령 개인 능력이 뛰어나지만 협력 플레이가 다소 부족한 선수와 개인 능력보다 조직력에 최적화된 선수가 있다고 하자. 두 선수를 어떻게 활용하고, 상대팀 전술에 따라 어떤 선수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한지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전술위원회가 신설돼 감독의 고유권한을 침범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통계학적이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선수 분석을 통해 전술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쌓아 놓자는 얘기다. 이를 통해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감독이 자신의 축구 철학을 투영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전술위원회가 현 기술위원회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는 상임 직원이 돼야 한다. 현재 기술위원회는 현직 감독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대표팀에 집중할 수 없다. 전술위원회에 거창한 이름값은 필요없다. 전술분석 능력이 뛰어난 전력분석관을 영입해 파주NFC 또는 축구협회에 상주하면서,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고 오롯이 전력 및 선수 분석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국 축구는 5년 뒤 2022년 월드컵에 다시 도전한다. 당장 2018 러시아월드컵은 물론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2019 UAE 아시안컵, 2020 도쿄올림픽, 2022 월드컵이 기다리고 있다. 수많은 아시아 예선을 치러야 하는데, 솔직히 한국 축구는 본선 진출 자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2022 월드컵에서는 이승우, 백승호, 이강인 등이 20대 초중반의 나이가 된다. 이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나이의 손흥민(토트넘) 이재성(전북·이상 25) 권창훈(23·디종) 황희찬(잘츠부르크) 김민재(전북·이상 21) 등과 호흡을 맞춘다. 어떤 전술이 나올까. 단술히 그때 가서 전술 능력이 좋은 감독을 영입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지금부터 이들을 활용한 전술을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놔야 할까. 이미 늦었다. 적기는 지금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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