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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대한항공 신영수② ”우리는 ‘모래알’ 아니다”

입력 : 2017-09-04 05:42:00 수정 : 2017-09-03 17: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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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대한항공 배구단은 ‘모래알’ 아니다.”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한다. 무심코 나이를 적는 빈칸을 마주하면서 ‘내가 몇 살이었더라’라는 생각과 함께 계산을 시작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헉, 내가 이렇게 늙었어.’ 그래서 무섭다. 젊음이 무기라는 것은 새삼 느낀다. 프로 배구 선수 신영수(35 대한항공)가 그랬다. 어느덧 팀에서 두 번째 고참이다. 장광균(36) 대한항공 코치와는 한 살 차이다. 배구 선수로 지낼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나이’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고 했다. 바로 ‘팀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최근 스포츠월드와 만난 그는 “매일 ‘더 할 수 있어’라는 다짐과 ‘내 욕심인가’라는 생각을 반복한다”며 “은퇴하는 순간까지 팀에 도움이 되는 베테랑이 되고 싶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①은퇴보다 두려운 “보탬 안되는 선수” ②”우리는 ‘모래알’ 아니다”

▲”우리는 ‘모래알’ 아니다”

2005년 V리그 출범을 앞두고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신영수는 여전히 같은 팀에서 날개를 펼치고 있는 ‘원팀맨’이다. 지난 2015년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었을 때 이적의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잔류를 선택했다. 일각에서는 ‘김학민 곽승석 정재석 등 레프트 자원이 풍부해 경쟁이 치열하다. 타 팀으로 이적하면 풀타임 레프트로 뛸 수 있는 상황에서 도전을 피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가 그렇게까지 대한항공에 남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어렸을 때는 돋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누가 뛰고, 안 뛰고는 중요하지 않다. 팀이 잘 돌아가야 한다. 주전 경쟁이 분명 필요하지만, 그건 팀워크 안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끼리는 정말 애틋하다. 이 좋은 멤버로 우승을 하지 못하고 대한항공을 떠난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우리가 똘똘 뭉쳐서 우승 한 번은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그동안 털어놓지 말을 꺼냈다.

신영수는 “현대캐피탈이나 삼성화재는 그 팀마다 색깔이 있다. 솔직히 대외적으로 볼 때, 대한항공은 특별한 색깔이 없다. 밖에서는 비판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두가 친가족 같은 분위기이다. 가족끼리도 모두 친하다. 선수단뿐만이 아니다. 프런트부터 코칭스태프, 선수가 모두 같은 마음이다. 지금 이 멤버로 수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대로 우승 없이 은퇴한다면 한(恨)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대한항공에 남았다”고 전했다.

그가 레프트와 라이트를 군소리 없이 모두 소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과거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는 컵대회에서는 라이트로 뛰었고, 시즌에 돌입하면 외국인 선수에게 자리를 내주고 레프트로 뛰었다. 외국인 선수의 체력 관리가 필요하면 다시 라이트로 뛰기도 했다. 그는 “남들이 보기엔 쉬워 보여도 적응이 쉽지 않다. 왼쪽에서 되는 플레이가 오른쪽에선 안 된다. 그래서 그걸 연습하면, 다시 오른쪽에서 되던 플레이가 안 된다”며 “어려운 것은 둘 재치더라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비난을 받게 되더라. 그게 너무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어렸을 때는 그 자체가 싫었다. 하기 싫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1’도 없다. 팀에서 나에게 원하는 부분이고, 나는 팀을 위해서 그걸 해야 하는 선수이다. 팀에서도 기대치가 있으니 주문하는 것이 아닌가. 그 역할 자체만으로도 나는 감사한 마음”이라고 외쳤다. 팀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는 “지난해 챔프전 우승을 놓치고 ‘결국 우승을 못 하면 실패한 선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프로배구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 우승 아닌가”라며 “좋은 전력으로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부분에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모래알이라는 말도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은 절대 모래알이 아니다. 말로만 아니라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우승이 간절하다. 이제 은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이 멤버와 함께 꼭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 권영준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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