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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대한항공 신영수① 은퇴보다 두려운 “보탬 안되는 선수”

입력 : 2017-09-04 05:40:00 수정 : 2017-09-04 10: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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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나도 은퇴가 무섭다. 그런데 팀에 보탬이 되지 않는 선수가 되는 것이 더 두렵다.”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한다. 무심코 나이를 적는 빈칸을 마주하면서 ‘내가 몇 살이었더라’라는 생각과 함께 계산을 시작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헉, 내가 이렇게 늙었어.’ 그래서 무섭다. 젊음이 무기라는 것은 새삼 느낀다. 프로 배구 선수 신영수(35 대한항공)가 그랬다. 어느덧 팀에서 두 번째 고참이다. 장광균(36) 대한항공 코치와는 한 살 차이다. 배구 선수로 지낼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나이’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고 했다. 바로 ‘팀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최근 스포츠월드와 만난 그는 “매일 ‘더 할 수 있어’라는 다짐과 ‘내 욕심인가’라는 생각을 반복한다”며 “은퇴하는 순간까지 팀에 도움이 되는 베테랑이 되고 싶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①은퇴보다 두려운 “보탬 안되는 선수” ②”우리는 ‘모래알’ 아니다”

▲은퇴보다 두려운 “보탬 안되는 선수”

신영수는 “얼마 전에 신상을 기록하는 일이 있었는데, 내 나이가 기억이 안나더라”며 “생각해보니 한국 나이로 서른 여섯 살이더라. 그것도 깜짝 놀랐는데, 생각해보니 (김)철홍이 형은 서른 일곱이더라. 그래서 철홍이 형에게 ‘형, 벌써 서른 일곱이야’라고 놀렸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철홍은 올 시즌을 앞두고 진성태 조재영 천종범 박상원 등 어린 센터진을 이끌어달라는 구단의 특명을 받고 팀에 남았다. 신영수는 “철홍이 형과는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 대표팀부터 친하게 지냈다. 인연을 맺은 지 벌써 십수 년이 지났다”며 “형과 대화를 하면서, ‘아 예전하고 다르구나,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의 최근 최대 고민은 바로 자신의 존재감이다. 선수로서의 존재감은 아니다. 바로 팀원으로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느냐의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나이가 많다는 것도 걱정이고, 이제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것도 맞다”라면서 “그런데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은 ‘내가 팀에 보탬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물음이다. 그냥 자리만 지키는 선수, 형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일까. 신영수는 그 어느 때보다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치료와 재활을 반복하면서 굳은 의지로 버텨내고 있다. 그는 “주변에서 지나가는 말로 ‘너 아직도 배구해?’라고 말을 한다. 웃으면서 넘어가지만, 정말 상처가 되더라”며 “이런 말을 안 듣기 위해서는 나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더라. 지난 시즌 끝나고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정말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물었다. 은퇴가 두려우고. 그는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배구가 너무 좋아서 시작했고, 배구를 통해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배구가 너무나 소중하다”며 “문득 ‘이제 배구를 못 하겠네’라는 생각이 떠오르면 그게 너무 무섭다”고 입술을 다물었다.

그래서 배구가 더 간절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배구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까지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팀이 잘 돼야, 개인도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개인 욕심을 부리면 동료들이 금방 알아챈다. 동생들에게 그런 무책임한 형으로 남고 싶지 않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 권영준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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