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대한항공 한선수 인터뷰②] 서른에 깨달은 ‘My Way’

입력 : 2017-08-21 08:30:00 수정 : 2017-08-21 08:05:01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포츠월드=상하이·권영준 기자] “나이를 먹으면서 배구가 더 소중해졌다.”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32)는 현재 한국 최고의 세터로 꼽힌다. 한국 최고의 세터, 연봉 킹, 네트 위의 지휘관, 컴퓨터 토스 등 세터에게 붙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모두 받았다. V리그 올스타전 4시즌 연속 최다 득표도 그의 몫이었다.

그러나 찬사 이면에 존재하는 어두운 그림자도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대한항공이 흔들릴 때마다 ‘한선수의 팀’이라는 말과 함께 선수 개인이 팀을 좌지우지한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 아니라고 외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지쳤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직접 나서 “그런 얘기는 하지 말아 달라. 선수들에게는 상처가 된다”고 감싸 안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는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른이 넘어서면서는 ‘이제 한물갔다’는 말에 가슴 깊이 상처가 베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고 새살이 돋는다. 한선수 역시 이제는 치유의 방법을 깨달았다. 중국 상하이 전지훈련에서 스포츠월드와 만난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좋아하는 배구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며 “이제는 배구를 정말 즐겁게 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내 소중한 것을 망치고 싶지 않다. 내가 아닌 팀, 그리고 동료와 함께 꼭 정상에 오르고 싶다. 그것이 진정한 최고 아닐까”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①“한선수 최고는 의미 없는 말” ②서른에 깨달은 ‘My Way’

▲서른에 깨달은 ‘My Way’

인터뷰를 도중 한선수의 딸 효주(6) 양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표정이 갑자기 밝아진 그는 “경기에 지고 집에 들어가면 효주가 ‘꿍’해 있는다”고 웃으며 “효주가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혼하고, 딸이 세상에 나오고 나니 생각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며 “예전에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즐거움을 망각했다. 지금은 배구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감사함이 생겼다. 좋아하는 배구를 직업으로 하고 있지만, 더 소중한 마음으로 즐겁고 기쁘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실 그는 젊은 시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것도 사실이었다. 최근에는 V리그 최고액 연봉자라는 사실만으로 아무 이유 없이 비난받기도 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많이 흔들렸다. 사람들이 하는 욕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면서도 “항상 욕을 먹다 보니까 지금은 무뎌진 것 같다. 견디고 버티는 힘이 생겼다”며 “얽매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부분을 신경 쓰기보다는 내 플레이에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구를 타인 때문에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배구의 즐거움에 대해 “물론 ‘이기는 것이 가장 즐겁다’라는 말도 있다. 나 역시 지난 시즌 우승을 놓치고 그 말을 실감했다”면서도 “나는 시합보다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내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구나, 내가 뛰고 있구나’를 느끼면, 시합도 즐겁더라. 스포츠는 승과 패로 나뉘지만, 프로 선수라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가야 한다”고 미소지었다.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대표팀에서 빠진 적이 없는데, 이번에 처음 빠졌다. 어깨 수술하고 재활을 하면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나보다 잘하는 후배 세터가 많아졌다. 솔직히 후배라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어차피 프로에서는 모두가 경쟁자 아닌가”라고 전했다. 이어 “밖에서 월드리그를 보면서 대표팀에 대한 의지가 더 커졌다. 딸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