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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이동국, 실패해도 비난 받지 않을 권리

입력 : 2017-08-21 05:30:00 수정 : 2017-08-21 09: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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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고맙습니다. 당신의 희생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이동국(38 전북 현대)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흔한 말로 내일모레면 한국 나이로 마흔이다. 그는 38세 4개월의 나이로 국가대표팀에 승선하며 역대 두 번째 최고령 국가대표(최고령 기록은 39세 274일의 故 김용식 선생) 선수로 역사를 남겼다.

그가 대표팀에 승선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기량으로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인정받았다. 신 감독은 이동국을 선발하면서 “공격 진영에서 공을 받아주고, 연결하는 플레이는 국내 최고”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이 펼쳐 보일 전술에 필요한 자원이라는 뜻이다.

두 번째는 옵션의 다양화이다. 신 감독은 “선발로 나가든, 조커로 출전하든 자기 몫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공격수”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의 말대로 이동국은 침투형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과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현대)의 강점을 두루 갖춘 자원이다. 활용도가 그만큼 크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바로 상징적인 의미이다. 경험이 풍부한 그는 ‘1기’ 출범을 알린 신태용호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끌어 줄 것은 물론 위기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 시너지 효과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고수익 이면에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할 경우, 그리고 이동국의 활약이 미진한 상황이 겹친다면 비난의 화살은 그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 나이든 선수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까지 더해질 수 있다.

우리가 놓쳐선 안 될 중요한 사실은 바로 그는 대표팀 승선에 자신의 선수 생명을 걸었다는 점이다. 월드컵 본선 무대는 모든 선수가 꿈꾸는 무대이다. 때문에 지역 예선은 전쟁과 같다. 손흥민(토트넘)의 경우처럼 뼈가 부러지는 등 큰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 역시 큰 부상으로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피눈물을 흘린 경험이 있다.

사실 현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그의 최고 시나리오는 소속팀에서 몸 관리 잘 받으면서 의미 있게 은퇴하는 길이다. 소속팀과 재계약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길게 3년, 짧게는 1~2년 정도 K리그 무대를 누비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자신의 가치나 명예를 지키는 일이다. 굳이 비난을 받거나 큰 부상을 당하는 위험 속으로 빠져들 이유가 없다. 이동국의 입장이라면 신 감독과 상의해 충분히 대표팀 승선을 고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신 감독의 부름을 기꺼이 수락했고, 위기의 한국 축구를 위해 거친 파도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 사실 자체만으로 그는 박수를 받아야 한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이동국 역시 구세주가 될 수도 있고, 부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활약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그는 비난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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