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감독 스탠딩 인터뷰가 끝나면, 대부분은 취재진은 이를 기사화하기 위해 기자석으로 서둘러 돌아간다. 이는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에서 연출되는 취재 풍경이다. 그런데 신태용(47)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스탠딩 인터뷰는 조금 다르다. 끝이 나도 취재진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신 감독은 “왜 아무도 안 가”라고 웃으며 농을 던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본인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러면서 “궁금한 거 있으면 더 물어봐”라고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한다.
이러한 이색 풍경은 또 있다. 대표팀 감독이 K리그 현장을 찾으면 대한축구협회는 현장 취재진에 ‘전반 종료 후 00에서 감독 스탠딩 인터뷰 진행’이라고 공지한다. 이러한 공지가 없으면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는다. 그런데 신 감독의 경우는 다르다. 협회에서 따로 공지하지 않는다. 취재진은 알아서 신 감독이 관전하는 장소로 알아서 찾아간다. 그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K리그 현장을 찾은 날에는 모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두 장면은 그가 왜 ‘소통왕’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는 이전 대표팀 감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스탠딩 인터뷰가 끝나며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갔다. 물론 통역이 있어야 소통할 수 있는 제한 사항이 있으나, 취재진과의 소통을 즐겨하지 않았다. 홍명보 전 감독의 경우 소통을 소극적이지는 않았지만, 취재진과 어느 정도 선을 그어뒀다.
대표팀 감독이 미디어를 대하는 성향을 두고 가타부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 감독 개인 성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장단점이 다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적극적인 소통은 억측과 추측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신 감독이 적극적으로 미디어와 소통하는 이유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선수단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재 K리그 현장 분위기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신 감독은 미디어를 통해 “K리거 비중을 늘리겠다”고 한마디를 남겼다. 현재 K리그에는 대표팀 승선의 기회를 잡기 위해 경쟁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베테랑 이동국(38‧전북)부터 막내급 한찬희(20‧전남)까지 모두 승선 가능선상에 섰다. 양동현(포항) 윤일록(서울) 이종호(울산) 등 그동안 성인(A) 대표팀에서 주목하지 않은 숨은 인재들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우’ 신 감독의 한 마디가 한국 축구판의 분위기 자체를 바꿔놨다.
신 감독은 인터뷰에서도 거침이 없다. 이를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설레발’이라고 비하한다. 하지만 신 감독의 철학은 분명하다. 그는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를 생각하고 일을 진행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과정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자신감이 넘친다.
신 감독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어떤 결과를 낳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분명한 것은 그의 소통 전략이 한국 축구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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