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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19 04:40:00, 수정 2017-06-19 04:40:00

[차길진과 세상만사] 114. 영적사고는 부지불식간에 일어난다

  • 오래 전 이집트에서 왕의 무덤을 발굴하던 고고학자들이 원인모를 병과 사고로 죽는 일이 있었다. 이를 두고 파라오의 무덤을 훼손하고 부장품을 가져간 고고학자에게 미이라의 저주가 내려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은 사고가 저주가 아니라 다른 원인이었다고 밝혀지고 있지만 우리가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다 밝혔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산에 가다보면 예전에 사찰이 있었던 오래된 흔적을 볼 수 있다. 흔적의 규모를 보면 사찰의 규모가 꽤 컸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주춧돌이나 기왓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등산객들이 손을 모아 기도하고 그냥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념품으로 생각했는지 집어가기도 한다. 있어야 할 곳을 떠나는 순간 보이지 않는 세계에 문제가 발생한다.

    나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어느 날 대학생을 둔 아버지가 찾아왔다. “아들이 친구들과 산에 갔다 왔는데 그날부터 애가 이상합니다.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같이 갔던 5명 모두가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재 학생들은 휴학 중이라고 했다.

    나는 자세한 사정을 알고 싶어서 아들을 데려오라고 하였고, 다음날 아들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친구들과 함께 정상을 목표로 산에 올랐지만 날이 어둑해져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주변에서 캠핑을 하기로 하고 마땅한 장소를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한 친구가 널찍한 공터를 발견했는데 왠지 으슥한 기운이 들었다고. 아들은 “무슨 절터 같았습니다. 산에 그런 곳이 있을 리가 없거든요. 주춧돌도 있었고, 우물도 있었습니다”라고 했다.

    텐트를 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밤이 되자 자꾸 환청이 들렸다. 텐트 너머로 목탁 치는 소리도 들리고 누군가 밥을 짓는지 우물 쪽에서 쌀을 씻는 소리도 분명하게 들렸다. 모두 잠을 못자고 눈만 말똥거리고 있었다. “야, 나가보자.” 호기심 많은 친구의 말에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심스럽게 텐트를 걷고 밖을 살폈다. 나무그림자에 가린 달빛만이 텐트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말을 꺼낸 친구가 용감히 우물 쪽으로 걸어 나갔다. 쌀 씻는 소리는 우물 쪽에 드리워진 감나무 가지가 바람에 서로 부딪혀 나는 소리였다. 짜릿한 공포를 체험하고 싶었던 그들은 싱거워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때였다. 누군가의 발밑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무슨 금덩어리라도 발견한 것처럼 다들 몰려가 발밑을 캐기 시작했다. 흙더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작고 평범한 금불상이었다.

    “이곳에 예전에 절터였었나 봐.” 다섯은 서로 가만히 쳐다봤다. 그때 호기롭게 먼저 텐트 밖을 나섰던 친구가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며 마치 전리품이라도 획득한 듯 금불상을 낚아챘다. 다음날 그들은 산을 내려왔다. 그날 이후, 이상한 일들이 계속됐다.

    서울로 돌아온 그들은 악몽에 시달렸고 그 중 몇 명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불상을 가져간 친구는 유독 우환이 심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꼭 통과해야 하는 전공시험에 낙제점을 받는 등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결국 전원이 휴학을 하고 말았다.

    얘기를 다 들은 나는 “아무리 황폐해진 절터라고 해도 함부로 물건에 손대거나 가져와서는 안 된다. 기(氣)가 모였던 그 사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찌 알 수가 있겠는가. 이는 분명 화가 묻어온 경우이니 빨리 불상을 돌려놓도록 하라”고 했다. 5명은 시키는 대로 처음 불상이 있던 곳으로 묻으러 갔다. 그날 이후 그들은 모두 악몽에서 벗어났으며 새 학기부터 정성적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다.

    미이라나 옛 골동품에 대한 미스터리는 소설이나 영화로 자주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이 저주는 아니라 해도 옛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은 보이지 않는 업을 짓는 일이다. 요즘처럼 산에 등산객이 많은 계절에는 옛 물건은 물론이고 이름 없는 들꽃이라도 함부로 갖고 오지 않는 것이 좋다. 다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니 말이다. 세월이 흘러 눈에 보이는 것은 사라졌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그대로 남아있음을 알아야 한다. 함부로 훼손하다가 자칫 부지불식간에 영적사고를 경험하게 될 수가 있다. (hooam.com/ whoiamtv.kr)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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