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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7 04:40:00, 수정 2017-05-17 04:40:00

[차길진과 세상만사] 105. 코끼리 싸움에 대한민국이 망가진다.

  • 불가의 ‘잡아함경(雜阿含經)’ ‘여조현지법(如調絃之法)’에 나오는 이야기다.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소오난이라는 비구가 있었다. 출가하기 전 그는 예술인이었다. 천성이 밝고 부지런한 그는 공부에 무척 열심이었다. 밤에 잠도 자지 않고 열심히 정진했다. 하지만 견성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는 자신의 능력에 비관하고 있었다.

    그런 사정을 알게 된 부처님이 소오난을 불렀다. “네가 세속에 있을 때 거문고를 타본 일이 있지 않느냐?”소오난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럼 그 거문고 줄을 너무 죄면 소리가 어떻더냐?”그러자 소오난은 “줄이 끊어집니다. 너무 늦추면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줄은 알맞게 골라야 소리가 제대로 나오게 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그렇다. 정진도 그와 같이 해야 하느니라. 너무 조급히 서둘러하면 들떠서 병이 나기 쉽고 또 너무 느슨하게 하면 게으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너무 집착하지도 말고 게으르지도 않도록 꾸준히 힘써 닦도록 하여라.” 소오난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이날부터 거문고 줄을 고르듯이 정진해서 마침내 도를 깨치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단지 불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사도 마찬가지다.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고 과하게 욕심내면 실패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느슨하고 게으름을 부리면 더더욱 되는 일이 없다. 강약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예전에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중국과 일본을 코끼리에 비유하면서 “중국과 일본이란 코끼리가 싸우면 아시아라는 들판은 망가질 것이다. 그러나 두 마리가 서로 사랑을 하면 들판이 더 망가질 것이다”라고 했다. 지금 그 코끼리는 중국과 미국으로 바뀌었고 망가진 들판은 한반도가 됐다.

    작금의 우리 상황은 마치 두 마리의 코끼리가 대한민국 풀밭에서 싸우고 있는 것과 같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두 코끼리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풀밭을 지키기 위한 묘수가 필요하다. 균형 정책, 중용의 자세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기 색깔을 갖는 당당한 태도가 풀밭을 보호하는 길일 것이다.

    “상황에 따라 대처하고 버들가지처럼 부드러우나 불의에 굴하지 않는 것은 결코 교만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군자가 정의에 의거하여 어떻게 하는 것이 사리에 적합한가를 알기 때문이며, 나서거나 움츠리는 시기가 언제인지를 알기 때문이다”라는 순자(荀子)의 말이 떠오르는 것은 두 코끼리를 상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19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격식을 내려놓고 소탈한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줘 반갑기만 하다. 권위를 내세워 군림하지 않고 소통에 우선순위를 둬 역대 대통령들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심어줬다. 국민 모두가 기대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안보문제, 재정문제 등 해결해야 할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북한은 여전히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 말하지만 국내외적으로 코끼리 싸움은 여전하다.

    시간이 지나면 코끼리 싸움은 그칠 날이 올 것이다. 코끼리 싸움이 끝이 나고 사랑으로 변할 때 우리는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줄은 늘어져 있어 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조일 때가 됐다. 그렇다고 너무 조이면 소리가 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수신제가치국(修身齊家治國)’이 어려운 것이다.

    “어려운 일은 가장 쉬운 것부터 해야 하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가장 작은 것부터 해야 한다”는 어느 성인의 말처럼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풀어나간다면 좋은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한다.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은다면 평천하(平天下)도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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