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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02. 한 표가 세상을 바꾼다

입력 : 2017-05-08 04:40:00 수정 : 2017-05-07 18: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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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제19대 대통령 투표하는 날이다. 징검다리 연휴가 끼어 있어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사전투표율이 낮을 거라 걱정했는데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기우(杞憂)가 되어 무척 다행스럽다. 지금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어 한 표의 행사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국민의 기본권인 투표권을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세가 이미 기운 경우도 있지만 한 표의 투표결과 때문에 개인과 나라의 운명을 바뀐 사례도 많다.

1789년 프랑스 시민들은 엄청난 세금 폭탄에 신음하고 있었다. “빵이 없으면 고기나 과자를 먹으면 되지.”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린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를 듣고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이다. 당시 프랑스 귀족들은 국민들의 어려움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마침내 바스티유 감옥이 습격을 당하고 대혁명이 일어났다. 의회에서 왕의 처형에 대해 온건파와 급진파가 열띤 찬반 공방을 벌였다. 투표 결과는 361 대 360. 1793년 10월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 한 표 차이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영국도 사정은 비슷했다. 찰스 1세는 의회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권리청원이 제출되자 의회를 해산하고 11년간 의회 소집을 중단했다. 그런데 스코틀랜드의 반란 처리 비용을 위해 의회를 일시적으로 소집했다가 크롬웰이 속한 의회와 정면대립을 했고 이는 청교도 혁명으로 확대됐다. 이때 의회에서 크롬웰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하는 표결을 했다. 의회 표결 결과는 91 대 90. 단 한 표 차이였다. 총사령관 크롬웰의 주도하에 1649년 1월 찰스 1세의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결과는 68 대 67 한 표 차이로 처형이 가결됐다. 1표로 갈린 임명과 처형이 명암으로 교차되는 순간, 찰스 1세는 ‘국민의 적’으로 규정되면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미국의 경우 한 표가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바꾸어 놓았다. 1800년 미국 대통령을 뽑는 하원의원 선거에서 테네시의 클레아본 의원이 던진 한 표로 아론 버르를 누르고 토머스 제퍼슨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1824년 잭슨과 존 퀸시 아담스의 대통령직 경합은 교착 상태를 이루다가 스티븐 펜실라 장군이 마음을 바꾼 한 표로 아담스가 대통령이 됐다.

한 표의 반전은 계속됐다. 워싱턴, 오리건, 아이다호는 한 표 차이로 안건이 통과되면서 미국의 주(州)로 편입됐다. 텍사스 주도 상원 의원들이 26 대 26으로 팽팽하게 맞서다 한 명의 의원이 마음을 돌려 25 대 27로 아슬아슬하게 가결되면서 미국에 합병됐다. 오늘날의 미국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도 한 표 때문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미국의 태평양 전쟁 승전의 교두보도 한 표로 결정됐다. 1941년 8월 12일, 징병 제도법의 연장안을 다루고 있던 미국 의회에서는 한 표 차이로 이 법안의 연장이 가까스로 승인됐다. 징병제도가 18개월 동안 연장되었는데 법안의 연장이 통과된 지 4개월 후에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이 시작됐다. 이 한 표로 제2차 세계대전의 운명도 달라졌고 미국은 초강대국이 됐다.

우리나라는 한 표로 바뀐 경우는 없다. 있다면 아마 간통죄 제정 정도일 것이다. 1953년 형법 개정으로 간통죄 죄목의 존속을 찬성하는 초안과 전면 삭제 안이 정면충돌했다. ‘정조관념은 미풍약속이므로 지켜야한다’와 ‘법률 관습은 남의 집 문턱을 넘어서는 안된다’가 팽팽히 맞서다가 국회의원 재적의원 110명 중 57표를 얻어 제정됐다. 지금이야 간통죄가 폐지됐지만 한 표 차이만 아니었으면 진즉 없어졌을 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보면 팽팽한 표 대결에서 한 사람이 마음을 바꿔서, 때로는 배가 아파서 불참하는 바람에 한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고 나라의 운명도 갈랐다. 한 나라의 체제가 결정되고 전쟁의 결과도 바꿨다. 이처럼 한 표가 갖는 의미가 단지 숫자에 불과하지 않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선택의 중요성을 경험했다. 내 한 표가 미래의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모두가 그런 마음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으면 한다. 그리고 투표가 끝나면 대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어려운 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손을 마주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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