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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잇따른 비리 은폐하고 주가 띄우기에 급급

입력 : 2017-04-27 09:11:16 수정 : 2017-04-27 1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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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압박해 상납금 수억원 뜯어낸 '갑질 사건'
안전관리부서장 면직하고 '우리는 모르는 일' 발뺌
홍보성 보도자료 수건 배포해 비판 기사 뒤로 밀려
주가는 연일 최고가 경신… 연말 대비 16% 상승해
[류근원 기자]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우리은행(은행장 이광구)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 잇달아 터지는 비리를 축소 은폐하고 자신들의 주가 띄우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지난 24일 모 경제주간지는 ‘우리은행 갑질 사건 “협력업체 압박해 상납금 수억원 뜯어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우리은행의 비리를 폭로했다. 우리은행 전 안전관리부서장 A씨가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내용이다. 매각을 앞두고 국민의 신뢰를 담보해야하는 은행입장에서 신용에 금이 가는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이번 비리 사건에서 더 큰 공분을 사는 이유는 안전관리부서장 A씨의 뻔뻔한 갑질 때문이다. A씨는 경비용역업체에 상납을 요구하는 문자를 노골적으로 수차례 발송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년에 걸쳐 자행된 일이지만 이같은 사실은 익명의 투서를 통해 드러났다. 시중은행의 안전관리부서장의 위치는 국가 비상기획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은행장이 임명하는 식의 낙하산 자리다. 모든 지점의 CCTV와 경비원 등 안전에 관련된 일을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라는 의미다. 하지만 막강의 권력을 쥐고 있는 안전관리부서장일지라도 우리은행의 직원인 이상 은행장의 결제를 받아야하는 게 마땅하다. 결정권자의 방관 없이는 어떤 권력도 개인의 것일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이광구 은행장의 리더십도 도마위에 올랐다. 지금까지의 조치는 안전관리부서장을 면직하고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는 식의 발뺌에 급급하다. 얼마전 공개된 국감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우리은행에서 터져나온 비리가 56건에 이르며 확인된 사고금액은 492억원에 이른다. 공교롭게도 이광구 은행장이 부은행장에서 은행장으로 승진한 2014년을 기점으로 우리은행의 내부 비리는 정점을 찍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안전관리부서장의 상납금 비리도 하청업체의 누군가가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그대로 묻힐 뻔 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현재 민영화에 따른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중요한 과정에서 분주한 행보를 밟고 있다. 치부가 드러나면 자정의 노력보다는 쉬쉬하면서 덮고 넘어가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도마뱀꼬리자르듯 내빼면 그만이라는 식의 대응은 우리은행의 모럴 헤저드를 대변한다.

이같은 정황은 비리 사건이 폭로된 당일 우리은행 홍보실의 움직임에서 짐작할수 있다. 이날 우리은행은 자숙과 반성의 메시지가 아닌 다량의 홍보성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보통 이슈가 있을때 보도자료를 낸다. 하지만 하루에 한건 이상의 보도자료를 내는 경우는 흔치 않는다. 홍보성 내용의 보도자료 수건을 언론매체가 하루에 한꺼번에 모두 받아줄리도 만무하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24일 9시 경 ‘우리은행 디지털금융 확장을 위한 조직개편 단행’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한시간 뒤 다른 보도자료를 보냈다. ‘우리은행 가정의 달 맞이 더드림 이벤트 시즌3 실시’라는 내용이다.

오후 1시경에는 ‘우리다문화장학재단 2017 다문화 장학생 신청접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추가했다. 네이버 검색 페이지는 순식간에 쏟아져 나온 우리은행의 보도자료로 뒤덮혔다. 우리은행의 비판 기사는 네이버 뉴스 메인 페이지는 고사하고 검색페이지에서도 뒤로 밀려 독자의 눈에서 사라졌다.

이는 익히 일부 기업들이 네이버 뉴스에 자사를 비판하는 기사의 파급력을 희석시키고자 했을 때 동원하는 교묘하고 지능적인 조치다.

이미 네이버 측은 이같은 수법을 방지하기 위해 같은 종류의 기사를 한데 묶는 ‘클러스터링’ 시스템을 도입운영중이다. 하지만 동시에 각기 다른 제목이나 다른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보내면 얼마든지 독자의 눈에서 비판기사를 끌어내릴 수 있다.

‘한기업에서 하룻만에 다량의 보도자료가 배포되는 것은 의외다’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은행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원래 지난 금요일에 조직개편이 있었고 이벤트도 24일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보도자료가 배포되는 데에는 어떤 문제도 없었다”면서 “과거에도 하루에 3건의 보도자료가 나간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하지만 고의로 기사를 내리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우리은행의 비리폭로 기사는 가려졌고 이날 우리은행은 아무탈 없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24일 장 마감을 임박해 우리은행 주가는 1만4950원 선을 이뤘다. 이는 지난해 연말 주가가 1만275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석 달반만에 약 16%나 상승한 수치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최근 우리은행 주가가 연일 상승하면서 이미 보유 중인 우리사주의 주당 가치가 올라간데다, 연말에 콜옵션까지 행사하게 되면 예상치 못했던 ‘보너스’를 두둑히 챙길 수 있게 됐다. 

stara9@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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