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정들마의 드라마 비틀어보기] 아무말 아닌 명대사 대잔치 '귓속말'

입력 : 2017-04-25 19:18:00 수정 : 2017-04-25 19:18:00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법이 내 편이니까 이렇게 편하네요.”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 7회 속 신영주(이보영)의 대사다. 1회부터 6회까지 법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쓴맛을 봐야 했던 신영주가 드디어 그들에게 강펀치 한 방을 날린 후 이동준 변호사(이상윤)에게 건넨 말이다. 딱히 법적인 문제로 고생했던 적이 없는 필자도 신영주의 대사를 듣는 순간 속이 시원했다. 몇 차례 기회를 빼앗긴 후 모두가 탐내던 자리를 얻었던 지난밤 지하철이 떠올랐다면 거짓말일까. 결국 내가 신영주가 된 듯 거창한 생각까지 하며 승리감에 도취됐다.

‘그래, 정의는 살아있다!’이렇게 사이다 같은 명대사를 쭉쭉 뽑아내고 있는 '귓속말'이 월화극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한 달 간 방영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노트 한 페이지를 다 채우기도 힘들 만큼 명대사는 '대잔치'가 되었다. 특히 7회부터 선과 악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했던 이상윤이 '정의를 위한 싸움'을 선언하며 이보영 편에 서면서 드라마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 이후, 이상윤과 권율이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은 피만 튀지 않을 뿐, 말이 비수가 되어 상대의 가슴에 꽂히는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하고 있다.

어제 방영된 9회에서도 그 둘의 옥상 신은 시청자들에게 팽팽한 1분을 선사했다. 전세의 역전을 직감한 강정일(권율)은 이동준(이상윤)이 있는 옥상에 올라가 먼저 말을 건넨다. “여기 내가 오던 곳인데 자주 내 자리에 서 있네. 이동준씨.” 그러자 이동준은 옥상 아래 풍경을 가리키며 비아냥거리 듯 대화를 이어나간다. “백상구가 입을 열면 강정일씨가 마지막으로 보는 풍경이 되겠네.”

이런 줄다리기는 그들의 아버지 세대까지 이어진다. 이동준의 장인 역할로 나오는 김갑수(최일환 역)와 강정일의 아버지 역할로 나오는 김홍파(걍유택 역)는 매회 설전을 벌이며 명대사를 쏟아내고 있다. 필자가 귓속말 중 압권으로 손꼽는 장면도 그 둘의 설전 신이다. 30년 간의 동업 생활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저녁을 함께 하던 둘은 몇 마디 대화로 비극적 관계가 쉽게 정리될 수 없음을 알린다. 최일환의 '동업'이라는 표현 자체에 화가 난 강유택은 자신의 아들 정일(권율)에게 큰 소리로 묻는다. “야 정일아, 법엔 어찌되 있노? 돈 대고, 사무실 대고, 변호사 쓰는 걸 동업이라고 하나?”

장면이 바뀐 뒤, 약속이 지켜지면 동업을 끝내주겠다는 강유택에게 최일환이 기다렸다는 듯 일침을 가한다. “지난 30년 동안 약속 많이 했어. 언제나 안 지킨 건 너야 유택아.”가히 '황금의 제국'과 '펀치'를 잇따라 성공시킨 박경수 작가의 노련미를 칭송할 만한 장면이었다. 거기에 김갑수와 김홍파의 화려한 대사 처리까지 더해지면서 적에게 던지는 결정적 한 마디가 어떤 폭력보다도 잔인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이제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귓속말'은 최고조로 치닫는 갈등만큼이나 대사도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극 초반 흔들리는 욕망을 표현하기에는 버거운 듯 보였던 이상윤이 중반을 넘어서며 점차 캐릭터에 녹아들기 시작했고, 김갑수, 김홍파, 김뢰하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중견 배우들도 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어 마지막까지 순항이 기대된다. 부디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해피엔딩으로 이어져 안방에 통쾌함을 선사해 주길 바란다.

시청률은 버려도 갈 수 있고, 이번 회를 망쳐도 다음 회가 있지만, 시청자에게 '귓속말'은 한번뿐이니까.

정들마(필명) / 밥처럼 드라마를 먹고 사는 'TV 덕후'다. 낮에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이다. 그래서 약 20년째 주로 밤에 하는 드라마를 열렬히 시청 중이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