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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무채색의 마술사' 사진작가 이재학, 몽환적 세상으로의 초대

입력 : 2017-04-25 09:11:29 수정 : 2017-04-25 0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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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김원희 기자] ‘무채색의 마술사’. 사진작가 이재학을 부르는 말이다.

단 두 번의 전시회, 짧은 만남에도 그의 몽환적인 무채색의 작품들에 갤러리들은 매료됐다. 자연의 빛을 바탕으로 수채화인 듯 사진인 듯 풍경과 인물들을 그려낸 독특한 매력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모든 피사체가 또렷하지도, 화려한 색감들로 컬러풀하지도 않은 작품들을 통해 이 작가는 무채색의 ‘마성’을 깨우쳐줬다. 그리고 또 다시 그 매력을 선보이기 위해 세 번째 전시회로 대중을 찾는다.

삼청동 이노갤러리 개관 초대 기획전으로 개최될 이번 전시회에서 이 작가는 또 한번 ‘무채색의 마법’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작가로서 보는 이들을 매료시킬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 무채색의 몽환적 작품이 자신의 시그니처가 된 이유는 몽롱한 사진이 만들어내는 오묘하면서도 의문스러운 느낌에 더 끌렸기 때문이라고. 색조가 없다고 해서 작업이 보다 쉬운 것은 결코 아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매일 같이 찾아 원하는 주제와 색감에 맞는 그림을 찾는 과정을 반복해야한다. 이번 전시회에 오를 작품들은 여행을 위해 떠난 유럽에서 운명처럼 만난 암울하고 어두운 새벽녘을 향해 순간순간 3,40번 씩 셔터를 눌러 탄생하게 됐다.

“7, 8년 전부터 안개가 낀 날 사진을 찍고, 비 오는 날 섬진강 쪽에 가서 촬영을 해봤어요. 쨍하고 깨끗한 사진보다 몽롱한 것이 매력 있더라고요. 간결하고 심플하게 찍어낸 것 안에서도 다 보이는 게 아니고 저 속에 뭐가 있는지, 뭘 표현하고 싶은 건지 의문점을 만들어주는 거죠. 2016년 있었던 영종도를 배경으로 했던 갯벌 전시회 역시 무채색의 신비를 담아냈죠. 제 고집이 담겨있다 보니 작품이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관객들로부터 ‘좋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독특하다, 그림 같은 사진이다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죠. 이번 전시도 역시 그럴 겁니다. 이렇게 나만의 색을 찾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서 작업을 할 때는 찍고자 하는 콘셉트를 정해 늘 같은 시간과 같은 장소를 찾아 촬영해요. 예를 들어 영종도 작품도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매주 6년을 넘게 촬영했어요. 같은 시간 같은 풍경을 찍으면 다 똑같은 사진이 나올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아요. 매일 다른 사진이 나옵니다. 같은 아침빛이어도 차가울 때도 있고 따뜻할 때도 있거든요. 그런 모습에 감동을 느낍니다. 그래서 사진작가들이 빛에 매료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특별한 매력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만큼, 그가 사진의 길을 걷게 된 이력 역시 결코 평범치는 않다. 본래 미술을 전공한 그는 당장에 작가로서의 꿈을 펼치는 대신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부인과 학원을 경영했다. 그렇게 어느새 20년이라는 세월을 지내고, 슬며시 꺼내든 작가의 꿈 앞에 좌절이 찾아왔다. 목 디스크로 인해 전신마비의 위험까지 안게 된 것. 수술을 하기 전에는 컵 하나도 들어 올리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수술로 일상적인 생활은 되찾았지만 미술 작업에 대해서는 마음을 접어야만 했다. 그렇게 인생이 끝나는 것 같은 허무함을 느낄 때, 우연히 찾아온 것이 사진이었다.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사진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죠. 개인레슨을 통해 사진을 배우고서 활동하다 2009년 우연치 않게 주한베트남대사관 후원으로 진행된 베트남 관련 전시회에 출품하게 됐어요. 그걸 계기로 사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전향을 결심했죠. 그림을 배운 게 사진을 위한 밑바탕이었구나 생각할 정도였어요. 그림을 오래했다 보니까 아무래도 구도나 색감 등에 있어 쉽게 다가갈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도리어 본격적으로 마음을 먹고 나니 사진이 갑자기 어려워지는 거예요. 왜 헤매나 했는데 카메라가, 기계 자체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고시 공부하듯이 카메라 매뉴얼을 전부 공부했어요. 대학교도 사진 전공으로 다시 들어가 공부했죠.”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자신의 작품을 보는 관객들에게도 행복감을 안겨주는 것이 작가의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어떤 모양을 담은 ‘작품’을 넘어서 작가의 생각과 아이디어, 감정까지 담긴 ‘예술’을 보여줘야 한다고. 때문에 그는 ‘잘 찍은’ 사진을 위해 포토샵을 이용하기보다 원본 속에서 자신이 심사숙고해 찾아낸 자연미 그 자체를 찾을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도 역시 이런 뚝심 아래 선별된 애정 가득한 작품으로 채워진다. 팔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애착이 가는 작품도 있지만, 그만큼 보여주고 싶은 욕망도 크다고 전한 그는 그 것이 어떤 작품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 답은 관객들에게 달렸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선택한 작품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보이라는 법은 없다며, 내 고집이 아닌 많은 이들의 감상을 듣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림이든 사진이든, 제 작품으로 저란 사람을 많은 사람들 앞에 모두 드러내는 거잖아요. 때문에 관객들의 솔직한 감상을 모두 듣고 싶어요. 그래서 제 전시에는 작품에 제목이 없습니다. 제목을 정해놓고 옆에 써 붙여 놓으면 이미 고정관념이 생겨버리니까요. 직접 제 작품을 보고 어떤 이야기든지 해주셨으면 해요. 사람마다 느낌과 생각이 모두 다르잖아요. 안 좋은 소리를 듣게 되면 정말 창피하겠지만(웃음) 쓴 소리도 모두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시 보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도록 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이 작품의 작가가 궁금하다’는 생각까지 불러일으키면 정말 성공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 한 방’으로 승부가 갈리는 사진의 세계에 있어 ‘잘 찍었다’가 아니라 ‘이건 사진이 아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감탄을 듣게 될 때 진정한 승리라는 이재학 작가. 그가 또 한번 인화지 위에 펼쳐낼 마법들이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전시회는 25일 오후 6시 삼청동에 위치한 이노(INNO)갤러리에서 오픈하며 오는 5월 27일까지 작품 전시가 이어진다.

kwh073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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