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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81. 도깨비와 영혼, 그리고 인연

입력 : 2017-02-13 04:40:00 수정 : 2017-02-12 18: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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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는 끝났지만 아직도 그 여운이 남는다. 무겁고 어두운 음(陰)의 세계를 밝고 재미있게 다뤘고 인연과 갈등, 그리고 애절한 사랑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드라마에서 보는 도깨비는 우리가 상상했던 그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극중 재미를 위한 설정이기는 하나 사실 도깨비는 인간과 친근한 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 더 인기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깨비라는 말의 어원이 다리가 하나라는 독각귀(獨脚鬼)에서 나왔다고는 하나 이는 분명치 않다. 같은 도깨비라도 일본 도깨비 오니와 우리의 도깨비는 민족성만큼이나 다르다. 일본 도깨비는 탐욕스럽고 가시 박힌 몽둥이로 사람을 죽이며 가죽 옷을 걸치고 머리에 뿔이 나 있다. 우리나라의 도깨비는 먹고 마시고 춤추며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 부정한 것, 사악한 존재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존재로 인식되어 부정한 것을 막기 위해 문고리나 기와에 그려 넣기도 한다. 우리의 도깨비는 정령(精靈)으로서 인간적이며 제법 흥을 안다고 할 수 있다.

간혹 도깨비를 영혼과 혼동을 한다. 하지만 도깨비는 인간의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그러나 영혼은 육신을 떠나서도 존재하는 분명한 실체이며 그들만이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이러한 것들은 서구에서는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인간은 물질계에 속해 있어 영(靈)의 일을 알 수는 없다. 보고 들을 수 없고 만져서 감각으로 느끼지 못하는 영의 세계는 영적으로 통하는 사람만이 그나마 조금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이유로 한 공간에 인간과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함께 한다는 설정에 웃음이 나왔다. 비록 허구이지만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공존하고 있음을 잘 나타내주었다.

드라마 ‘도깨비’는 상상으로만 여겼던 많은 일들을 보여주었다. 특히 등장인물 간에 900년 전에 얽힌 전생의 악업들이 현생에서 다시 한 번 갈등으로 나타나고, 여러 번의 윤회와 때로는 슬프고 벗어나지 못하는 수렁과도 같은 인연들을 너무 무겁지 않게 얘기하였다. 업(業)이라는 것이 한 생을 잘 산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해준 드라마였다.

인생에 있어서 순간순간의 모든 행위는 업의 원인이 된다. 그 업의 결과가 어떤가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대처하는가이다. 우리는 알든 모르든 한 생을 살면서 업장을 조금이라도 소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쩌면 드라마 속 도깨비도 가슴에 업이라는 칼을 꽂은 채 900년을 고통 속에서 살았지만 업장을 가볍게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도깨비는 신부를 통해 칼을 뽑았지만 업장은 남이 녹여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녹이는 것이다. 업이란 전생의 소행으로 말미암아 현세에 받는 응보(應報)이기 때문에 결코 남이 대신 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작자수(自作自受)이기에 더욱 그렇다.

도깨비는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도깨비 신부에게 이런 말을 했다. “비로 올게, 첫 눈으로 올게. 그렇게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에게 빌어볼게”라고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무언가 간절히 원하는 게 있을 때 신(神)을 찾는다. 종교를 떠나 간절한 바람이 세상을 움직이고 하늘을 움직인다 할 것이다.

만약 나에게 전생의 악업을 반복하지 않는 방법을 묻는다면 자주 ‘용서’하라고 말하고 싶다. 업장을 녹이는데 있어 용서만한 것이 없다. 나쁜 전생이 계속 반복되는 것도 용서가 그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가(佛家)에서는 ‘전생의 일을 알려거든 지금 자신을 보라’고 한 것이다. 용서야말로 전생의 악순환을 막고 영적 성숙을 돕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요, 신의 선물인 것이다.

드라마를 보았던 시청자들 중 현생에서 당하는 고통이 전생의 악업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것은 누가 말해준다고 믿고 깨달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현생을 보면 전생을 볼 수 있고, 현생을 보면 미래를 알 수 있음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현재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이다. 살다보면 안 좋은 인연도 만나게 된다. 이때 그것을 악연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내 전생을 깨닫는 좋은 계기라고 받아들인다면 인생을 보다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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