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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64. 중국은 강대국엔 굴기, 약소국엔 꿇리기

입력 : 2016-12-12 04:40:00 수정 : 2016-12-11 18: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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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명동 거리에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상인들의 말에 따르면 한일(韓日)군사정보보호협정이 맺어진 직후부터 거짓말처럼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그동안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조치로 한국 연예인들의 출연을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을 내린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국내 기업 중국 현지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등 고강도 조치에 들어가더니 이제는 유커들마저 중국이 거두어들였다. 가히 전 방위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할 것이다. 중국은 일련의 조치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아니라고 말한다.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말하지만 정부의 지시 없이 할 수 있는 중국이 아니지 않는가.

중국의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지난 8일 관영 ‘글로벌 타임스’ 기고문에서 “한중(韓中) 간 정치적 대립이 생겼을 때 중국에서 한국 제품과 한류 스타를 거부하는 목소리가 나오리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목소리는 주류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매체는 과장 보도로 인해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혐오감이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이를 경우 한국 제조업과 문화산업에 재앙이 될 것이므로 한중(韓中)은 양자 관계 정상화를 위한 공통된 견해를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공통된 견해’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사드배치를 재검토하라는 압력인 것이다.

중국은 외교 전략도 굴기(崛起)다. 이는 중국이 세계 속에서 산처럼 우뚝 솟겠다는 뜻으로 중화(中華)주의의 또 다른 표현이다. 국제사회에서 “G2에 걸맞은 행동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주변국들에 대해서는 ‘화목한 이웃(睦隣)’ ‘안정된 이웃(安隣)’, 그리고 ‘부유한 이웃(富隣)’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외교가 진정 그런 모습인지 의문이다. 미국과 유럽국가에는 대등한 굴기 외교를 하면서도 주변 국가에 대해서는 군사적, 경제적 힘으로 복종을 요구하는 꿇리는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2016년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아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굴기가 세계 평화의 추구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했다. “중국의 굴기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것은 결코 좋은 태도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도전에 대해서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공존과 존경, 상호 존중의 길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 그저 이상적 바람으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는 지금 중국의 굴기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것이 아니라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상호공존과 존중의 길을 가고자하나 중국이 생각하는 그것은 상대적인 것 같다. 자국의 이익을 해하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고 철저하게 힘의 논리를 적용하겠다는 패권의지가 분명히 엿보인다.

중국이 굴기 외교를 펼치면서 G2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것과는 달리 주변국들에게 보이는 행태는 누가 보아도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한한령 조치를 내린데 이어 최근에는 몽골과 대만에도 무릎 꿇기를 강요하고 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몽골이 허용하자 곧바로 보복에 들어갔다. 광물 수출이 주된 수입원인 몽골에 통관비 징수, 통관 창구 일원화, 광산 전기 공급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 게다가 일부러 통관 창구 앞에서 며칠씩 영하의 날씨에 떨게 만들고 있다. 대만의 한 식품업체는 중국의 강력한 세무조사를 감당하지 못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광고로 내고 손을 들었다. 중국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복으로 집요하게 약점을 쥐고 흔드는 식의 갑(甲)질을 제대로 해대고 있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국의 굴기가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교황의 말처럼 상호존중을 한다면 얼마든지 ‘화목한 이웃(睦隣)’으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말 잘 듣는 ‘안정된 이웃(安隣)’만을 원하고 있다. 순종적인 이웃 말이다. 중국이 아시아 주변국에 가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보면서 예전의 사대자소(事大字小)로 돌아간 듯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중국이 진정 당당한 굴기 외교를 하려 한다면 대국다운 좀 더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태산은 작은 흙조차도 사양하지 않는다(泰山不讓土壤)’ 했다. 태산이 높아 보이는 것은 주변에 낮은 산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오늘날 G2가 된 것이 나만 생각하는 독불장군 외교로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은 주변국과의 선린(善隣)관계는 천만금의 가치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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