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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수라' 같은 세상 '호구형' 정우성이 필요한 이유

입력 : 2016-09-28 09:07:29 수정 : 2016-09-28 09: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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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류근원 기자]

지난 25일 영화 ‘아수라’ 주연을 맡은 정우성을 만났다. ‘라운드 인터뷰’였다. 라운드 인터뷰란 톱스타 한 명에 기자 여럿이 둘러앉아 돌아가면서 질문을 하는 방식이다. 몰입도가 낮을 수밖에. 터놓고 얘기하며 진솔한 인터뷰를 하기에는 애초에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인터뷰에 참가했다. 아무리 연예부 기자라도 톱스타를 가까이서 구경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영화 ‘아수라’에 국한된 무던한 질문이 오가는 가운데 얄궂은 질문을 던졌다. 인터넷에 정우성을 치면 ‘호구형’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나오는데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과거 그는 거액의 사기를 당하고도 쿨하게 털어냈다. 돈을 벌려고 투자 목적의 부동산을 구입하지도 않은 넉넉한 배우다. 이래저래 손해 보는 일을 자주 하니 그런 별명이 붙은 모양이다.

기자가 인터뷰 중 무리한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소위 ‘꺼리’를 빼내기 위해서다. 별다른 악의는 없다. 독자가 궁금해하고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주는 게 속 시원한 인터뷰다. ‘처음부터 돌직구 질문을 던져라.’ 그렇게 배웠다.

얼마 전 모 배우에게 그렇게 돌직구 인터뷰를 감행하다가 인터뷰가 중단된 적도 있었다.

여기서 정우성은 대인배의 면모를 보였다. 멈칫하는 듯했지만 이내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잠시 생각을 한 뒤 그는 말을 이었다.

“아마 남의 것을 뺏는 거보단 주는 게 편하죠.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데요.”

욕심이 잉태해 죄를 낳는 악인들의 세상, ‘아수라’ 같은 세상에 ‘호구형’ 정우성 같은 사람이 시급하다. 정우성은 손해를 흔쾌히 감수할 줄 아는 지혜로운 배우였다. 그의 조각 같은 외모도 부럽지만 그의 생각마저 부러운 하루였다.

stara9@sportsworldi.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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