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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올라 리우] 손연재 '못생긴 두 발' 내디딘 걸음마다 '뷰티풀'

입력 : 2016-08-21 16:16:46 수정 : 2016-08-21 16: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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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권영준 기자] “참 못생겼죠.”

몇 해전 만난 손연재 선수는 자신의 발을 바라보면 못생겼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죠. 하루도 빠짐없이 리듬체조용 슈즈를 신고 매트 위를 구르고 뛰고 점프를 해야 했으니까요. 5살에 리듬체조를 처음 접했으니, 벌써 17년째 그의 발은 쉼없이 뛰고 있는 셈입니다. 곳곳에 굳은살이 베어있고, 발톱은 빠지고 나길 반복했죠. 훈련을 거듭할수록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상처가 납니다. 엄지 발가락으로 몸을 지탱해야 하는 만큼 발 모양이 변형되기도 했습니다.

21일(한국)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올림픽아레나에서 치른 ‘2016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결선에서 4위에 오른 손연재 선수는 기대했던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습니다. 하지만 손연재 선수는 당당한 모습으로 경기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씩씩한 손연재로 돌아왔습니다.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를 하고 있는 사이, 스포츠월드 취재진은 그녀의 발을 살펴보았습니다. 슈즈 사이로 보이는 발등은 퉁퉁 부어 있었고,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발목에 이상을 느낀 그가 경기 중 입을 혹시 모를 부상에 대비해 발목을 테이프로 꽁꽁 싸맨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긴장감이 채 가시기 않았는지, 중간 중간 다리를 떠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손연재 선수의 말대로 그의 ‘못생긴 발’은 한국 리듬체조의 희망이었습니다. 20대 초반의 한창 멋을 부리기도 아까운 시간을 외로운 러시아 땅에서 훈련만 해야 했던 그는 굳은살이 베인 발바닥을 어루만지면 내일을 꿈꿨습니다. 그리고 발걸음 닿는 곳마다 리듬체조 역사를 다시 썼습니다. 비록 세계 톱 레벨의 선수는 아니었지만, 리듬체조 불모지인 한국에서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갔습니다. 후배들을 위해 출전하지 않아도 될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아픈 발을 이끌고 가슴에 품은 태극마크를 위해 한발 더 걷고, 한걸음 더 뛰었습니다.

그의 도전은 아마도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비록 빈 손으로 돌아가야 할 손연재 선수이지만, 그가 새겨놓은 발걸음은 분명 한국 리듬체조의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그 못생긴 발로 내디딘 걸음마다 모두가 ‘뷰티풀’이었습니다. 그의 도전은 그 어느 메달보다 가치있고, 빛날 것입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손연재 선수의 발 모습 / 리우 = 권영준 기자

손연재가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올림픽아레나에서 열린 리듬체조 결선에서 리본 연기를 마친 후 리본에 입맞춤하고 있다. / 리우 = 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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