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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버스 가로막기' 트렌드인가요

입력 : 2016-07-04 06:00:00 수정 : 2016-07-03 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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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감독은 나와서 해명하라!”

휘슬은 울렸고, 경기장 라이트는 꺼졌다. 승자가 있으며, 패자도 있다.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게 마련이다. 둘 사이의 경계선에서 환희와 감동, 때론 실망과 아픔을 겪는 것이 바로 스포츠의 묘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경기장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해프닝은 이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바로 팬들의 ‘선수단 버스 가로막기’이다.

사실 축구팬들이 상대팀 선수단 버스를 가로 막는 일은 유럽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5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웨스트햄 팬들이 원정에 나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돌 등을 던져 출입을 지연시켰다. 그런데 최근 K리그 클래식에서 불어닥친 ‘선수단 버스 가로막기’는 해당 팀 팬이 주도하고 있다. 응원하는 팀 성적이 부진하거나,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였을 경우 우르르 몰려가 선수단 버스를 가로 막고 항의하는 ‘집단행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포항 원정에서 0-4로 패한 울산 현대는 경기 후 팬들에게 둘러싸였고, 윤정환 울산 감독이 팬들과 반전을 약속한 후에야 다시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지난 2일 울산 원정에 나선 수원 삼성 역시 경기 종료 직전 2골을 헌납하며 1-2로 역전패를 당한 뒤 팬들에 둘러싸였다. 지난해에는 부산 아이파크의 강등이 확정되자 팬들이 들고 일어섰다.

행동의 시비 여부를 떠나 팬의 마음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수원 삼성의 경우 모기업 이관에 따른 투자 축소로 올 시즌 전력 보강에 실패했다. 그 결과 날개 꺾인 듯 추락을 거듭하며 강등을 걱정해야할 판이다. 울산의 경우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라는 라이벌전의 의미를 간과했다. 부산은 한국 축구의 수장이었던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구단이었지만, 투자 측면에서 부진했다는 점을 피할 수 없었다. 팬들의 목소리를 내 구단의 운영 방침에 변화를 주기 위한 행동인 셈이다.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충격 요법의 법주 안에 있다는 것이다. 중국 슈퍼리그로 떠난 최용수 장쑤 쑤닝 감독은 “팬들에 가로막혀 구단 버스에 갇힌 것은 내가 최초일 것”이라며 “그 기억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때 이후로 죽을 각오로 축구에 매진했다”고 설명했다. 감독이나 선수단에 경각심을 불어넣어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 ‘집합행동이론’을 쉽게 풀어보면 집단의 공동 목표를 공론화하고 이를 위해 계획적으로 조직화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불만에 기초해 사회심리학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즉 집단행동이 지지를 얻지 못하고, 일부 팬 개개인의 일탈행위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것이 반복되면 K리그 전체 물을 흐려놓는 미꾸라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긍정적인 의도에서 시작한 일이 집단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프로스포츠에서 구단과 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이제 필수 요소이다. 팬의 목소리는 마케팅, 경기 운영, 홍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다만 방법론 측면에서 ‘선수단 버스 가로막기’라는 방법이 과연 옳은 일인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지난달 29일 포항 원정에서 0-4로 패한 뒤 팬들에 둘러싸여 구단 버스에 갇혔던 울산 현대 선수단이 지난 2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수원 삼성전에서 승리한 뒤 팬들과 사진 촬용을 하고 있다. /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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