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요즘 그야말로 시끄럽다. 검찰이 최근 전격적으로 롯데 비자금 수사 착수한 가운데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다툼 역시 도저히 결말이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형세다. 검찰의 수사 향방에 따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물론 운명까지 좌우될 수도 있다. 롯데그룹의 이번 내우외환은 재계 또한 숨죽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그리고 롯데그룹 사태로 다시한번 국내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가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과연 롯데그룹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스포츠월드는 시리즈로 이번 롯데 사태의 실상과 향방을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귀국 시기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5일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급한 불은 껐으니 신 회장이 즉시 귀국해 비자금 관련한 검찰 수사로 ‘쑥대밭’이 된 한국 롯데그룹을 챙겨야 하는 게 상식적인 수순이다. 롯데그룹은 주요 계열사 대표와 임원들이 검찰 조사를 받거나 출국금지되며 결재라인이 사실상 마비됐고, 해외 파트너들과 사업 수행도 올스톱되며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회장은 여전히 일본에 머물고 있다. 일본 도쿄는 김포·인천공항으로 연결되는 항공편이 마을버스만큼 많은 곳이다. 신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두 시간 남짓이면 서울 소공동 사무실로 복귀할 수 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는 28일 “스케줄이 나오지 않았다. 30일로 예정되어 있는데 비서실에서 따로 스케줄을 받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귀국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롯데 측은 신 회장이 “일본 롯데에서도 처리할 업무가 많다”고 설명했지만 즉시 귀국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먼저, 한국에 들어온 순간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질 것이 확실시 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다. 신 회장에게 가장 큰 리스크는 검찰의 수사뿐만이 아니다. ‘무한주총’을 선언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수시로 일본을 드나들며 의결권을 가진 종업원지주회 등을 챙겨야 하지만 출국이 금지된 상태에서 임시주총이 열리면 발빠른 대응이 어렵게 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신 회장 본인이 구속되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 5월 21일 CJ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한 검찰은 그해 6월 25일 이재현 회장을 소환해 바로 다음 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005년에는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귀국 3일만에 구속수감 됐다. 만약 검찰이 신 회장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면 귀국 즉시 소환해 구속 수사를 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신 회장이 구속되면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흘러가게 된다. 확실한 명분을 확보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신 회장의 귀국 시기가 불투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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