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세출의 로마 영웅 율리우스 카이사르(영문 줄리어스 시저)는 반란군을 제압한 뒤 이렇게 외쳤다. 그가 전쟁마다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사람을 끌어 모으는 힘’이 있었고, 이 힘은 소속 집단 만의 문화를 만들었다. 이 문화는 결국 로마 개혁의 발판이 됐다.
한국 축구도 마찬가지다. 한국 축구의 근간인 프로축구 K리그는 시련기를 보내고 있다. 팬을 끌어 모으는 힘이 필요하다. 즉, K리그 만의 문화가 필요하며, 이것이 정착된다면 리그의 흥행도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지난 주말 눈 앞에 펼쳐졌다. 바로 지난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격돌한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 매치’였다.
이날 공식 관중 기록은 4만7899명. 올 시즌 K리그 최다 관중 기록이자, 역대 9위에 해당한다. 실관중 집계 시스템을 도입한 2012년 이후로 역대 2위이다. 2013년 승강제를 도입한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최다 관중 기록이다. 지난해 말부터 잇달아 터진 심판 매수 협의 논란으로 K리그가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신호탄을 날린 셈이다. 이날 만원 관중에는 슈퍼매치의 특수성을 포함해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바로 FC서울이 시도하고 있는 ‘축구 문화 정착 정책’이다.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바로 ‘FC서울 팬 파크’이다. 단순하게 보자면 구단 용품매장이다. 조금 특이한 점은 타구단과 달리 상설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매장은 문을 열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는 미국, 유럽, 일본을 넘어 축구 열기가 뜨거운 동남아시아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상설 매장을 운영하는 구단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런데 FC서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현재 매장 옆으로 카페를 개장하기 위해 공사 중이다. 또한 매장 위로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단순히 구단 수익을 내기 위한 매장 운영이 아닌 관중을 위한 복합 문화 시설을 만들겠다는 의지이다. 효과는 바로 드러났다. 원정 경기가 있는 날이면 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 FC서울 팬 파크 앞으로 모인다. 스크린을 통해 중계 방송을 지켜보며 함께 응원한다. 구단 프런트 역시 이 자리에 함께하며 팬과 소통한다.
마지막은 바로 FC서울 스카이 펍(Pub)이다. 이곳은 단순히 맥주를 판매하는 곳이다. 관중석이 따로 마련 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화려한 안줏거리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맥주와 팝콘이 전부고, 나머지는 팬의 몫이다. 승패에 집착하기보다는 그저 축구가 좋아, 단순히 경기를 즐기기 위한 팬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된 것이다.
카이사르 장군은 능력이 뛰어나거나 특별한 전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고 한다. 다만 역경 속에서도 부하를 끌어 모으는 힘이 굉장히 강했다고 한다. FC서울의 응원 문화 사례처럼 경기장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모방하거나, 따라하면 어떤가. 팬을 위한 길이 있는데. 보았느냐. 그렇다면 행하라.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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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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