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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생] 영화계의 유통VS콘텐츠 전쟁, 공멸로 가나?

입력 : 2016-02-03 16:14:55 수정 : 2016-02-03 16: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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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의 연예계생태보고서] 요즘 영화계에서는 아무래도 유통 주체가 콘텐츠 제작 주체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듯 보인다.

영화계에서 콘텐츠 제작 주체는 투자배급사와 제작사다. 유통 주체는 극장이다. 그런데 투자배급사와 극장을 모두 소유한 대기업 계열사들도 있다. 극장이 없는 콘텐츠 제작 주체사에는 쇼박스, NEW, 리틀빅픽처스 등이 있고 극장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대표적이다. CGV는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시네마는 롯데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계열사다. 메가박스는 쇼박스와 분리된 지 오래다.

최근 쇼박스의 영화 ‘내부자들’이 시끄럽다. ‘내부자들’은 물론, 50분이 추가된 확장판인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까지 흥행에 성공했는데 쇼박스가 극장과 나눈 흥행 수익 배율 때문이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을 새롭게 개봉시키면서 쇼박스가 이 영화의 흥행 수익 중 10분의 9를 극장 몫으로 한 것. 이는 한국영화 관행과 동떨어진 행태여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외화의 경우, 10분의 6이 투자배급사 몫이지만 한국영화는 10분의 5였다가 얼마 전 수도권에 한해 10분의 5.5로 조정됐다.

이같은 행태는 당연히 비판받을 부분이다. 일단, 잘못된 선례를 남긴데다 확장판이어도 영화 콘텐츠를 덤핑으로 팔아넘긴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쇼박스만이 아니라 이러한 제안을 덥썩 받아들인 극장도 비판을 면하긴 어렵다. 이는 영화 생태계를 왜곡하고 파괴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미 상영관 배분 문제로 늘 시끄러웠던 극장가다. 대형 투자배급사 작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영관 확보조차 못하는 작품들이 수두룩 하다. 더구나 요즘에는 쇼박스는 물론, NEW와 리틀빅픽처스 같은 중견 투자배급사도 상영관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결국, 유통 주체인 극장이 전체 영화판을 좌지우지하는 모양새다. 물론, 이들 극장 역시 나름의 공정한 기준으로 상영관을 배분한다고 강변한다. 그럼에도 관객들 사이에서는 점점 극장에 가도 볼 영화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다. 실제, 좌석점유율이나 예매율 등 대중의 반응과 직결되는 수치와 상관없이 일부 영화들이 상영관을 점령하고 있다시피 하곤 한다. 관객들은 정작 보고 싶은 영화는 시간대가 애매하거나 상영관 찾다가 관람을 포기하기도 한다.

영화는 한국 대중의 가장 큰 오락물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2015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인구 1인당 연간 영호 평균 관람횟수는 세계 최고 수준인 4.22회로 나왔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투자수익률은 하락했다. 지난해 극장 개봉작 중 토종 영화 232편 중 투자 수익성 분석의 조사 대상이 되는 영화 73편의 투자 수익률은 -7.2%였다. 지난해 천만 영화는 2014년 연말 개봉작인 ‘국제시장’까지 포함시키면 ‘암살’과 ‘베테랑’까지 무려 세 편이나 된다. 그럼에도 투자 수익률이 이 정도라면 왜곡된 영화 생태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영화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다양성이다. 유통 주체와 콘텐츠 제작 주체는 영화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해 협력하고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 힘을 합쳐 과도한 독과점을 막아야 하며 관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왜곡된 영화 생태계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대중에게 영화 자체가 외면받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연예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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