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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생] ‘인턴’이 ‘여혐’ 시대를 극복하는 법

입력 : 2015-09-30 20:54:30 수정 : 2015-09-30 20: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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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의 연예계생태보고서] 최근 인기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불금쇼’에서 한 여성 청취자의 사연이 소개됐다. 소개팅 남과 첫 번째 데이트 이후 다시 만나게 되던 날. 남자가 밥과 커피를 함께 하고 계산을 마치고는 난데없이 화를 냈다. 이 남자는 함께 보려고 예매했던 영화도 취소시키고는 이 여성 청취자에게 당신처럼 얻어먹으려고만 하는 여성과는 더 이상 만날 필요가 없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렸다는 사연이었다. 요즘 젊은 남녀 사이의 세태를 반영하는 내용이다. 확실히 시대가 변했다. 남성들이 데이트 비용을 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게 불과 10∼20년 전 이야기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남자다울 여유조차 없는 세상이 된 셈이다.

최근 추석 극장가에서 7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다크 호스로 떠오른 할리우드 영화 ‘인턴’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인턴’은 젊은 여성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과 그의 회사에 은퇴 후 인턴으로 다시 취직한 노인 벤 휘테커(로버트 드니로)의 이야기다. 벤 휘태커는 남자라면, 여성을 위해 늘 손수건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믿는 인물. 고리타분해 보일 수도 있다. 은퇴 후의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 새롭게 도전에 나서고자 인턴에 지원한 벤은 이내 회사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된다. 또래가 아닌 젊은이들에게 벤은 호기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삶의 모든 것들을 미리 경험한 선배다. 벤은 자신의 연인에게 문자로 사과의 말을 남기려는 젊은 남자 직원에게 그러지 말고 직접 얼굴을 맞대고 사과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도 벤은 젊은 선배 직원들에게 컴퓨터를 배우면서 자존심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줄스는 처음에 자신의 아버지보다 더 나이가 많은 벤을 부담스러워 하지만 이내 그에게서 호감을 넘어 든든함마저 느낀다. 줄스는 대놓고 요즘 남성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고 찬사를 보낸다. 미국 역시 젊은 남성들이 남자다움을 잃은 지 오래임을 이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는 것. 

대한민국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한민국 남성들 사이에서 요즘 ‘여혐(여성혐오)’이 넘쳐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김치녀’ ‘맘충’ 등 여성혐오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유행한지 오래다.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대한민국의 남성들이 언젠가부터 위기에 몰린 건 사실이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이상 선배세대들처럼 남자다움을 내세우기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미국도 그렇지만 대한민국 여성들이 엄청나게 지위가 상승한 것도 아니다. 현재 청년 세대들의 취약한 사회경제적인 여건은 다분히 구조적인 문제다. 그런데도 ‘여혐’이라니. 엉뚱한 대상에 화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인턴’에서는 벤과 같은 이상적인 노년 남성이 등장해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다. 청바지의 편함보다는 불편해도 반듯한 정장 차림이 줄 수 있는 마음의 편안함, 늘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지닌 남성다움의 진수, 그리고 모두에게 좋다면, 내 일이 아니어도 해버리고 마는 넉넉한 여유까지. ‘인턴’이라는 영화 한 편이 선사하는 것은 재미 이상이다.

<연예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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